고대영, 당시 회의에서 ‘진실 드러나면 핵탄두급’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위 “핵심 관계자 증언 거부로 규명엔 한계”

2011년 ‘KBS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에 대해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현 KBS 사장)이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면 핵탄두급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이하 조사위)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대영 사장이 사건 직후 한 발언과 민주당 비공개 회의 녹취록을 직접 본 KBS 내부 목격자의 증언을 전했다. 또한 사건에 깊이 관여한 정치부 기자의 증언도 함께 전했다.

조사위는 고대영 사장이 사건 직후 열린 한 회의에서 사건에 대해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면 핵탄두급이다. 회사 불이익과 관련돼 얘기 안 할 뿐이다’라고 말한 것을 회의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녹취록이 KBS 내부에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익명의 목격자의 증언도 나왔다. 

이 목격자는 ‘모든 내용이 너무나 자세히 적혀 있었으며 회의 내용을 좔좔 풀어놓은 것처럼 전문이 다 적혀 있었다’며 ‘회의 내용을 모두 다 들은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작성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고 조사위에 증언했다. 

조사위의 앞선 중간 발표에서 드러난 ‘중견기자’에 더해, 그보다 윗선인 기자의 존재도 확인됐다. 조사위는 지난 12일 “도청을 한 J기자에게 직접 녹음・녹취를 지시한 중견기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민주당 도청 의혹’ KBS 내부 증언 나왔다)

조사위는 ‘윗선 기자’가 사건의 내막을 알아보고자 한 정치부의 한 국장급 간부에게 ‘◯◯님은 이 부분에 대해선 직접 개입을 안 했으니까 아예 모르는 게 더 낫습니다. 앞으로도 아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또 다른 사람에게 ‘상황이 더 악화되면 본인이 형사처벌 받을 각오도 하고 있다’고 말해,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필모 조사위 위원장은 “결국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이나 정치부의 책임 있는 기자(윗선 기자)는 뭔가 중차대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한 뒤, “‘핵탄두급’이라는 용어까지 쓴 고대영 사장이 거듭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대영 사장은) 이제라도 당시의 보도본부장으로서 알고 있는 실체적 진실을 솔직히 말하고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을 조사위를 대표해 정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사건을 계속 파고들 계획이다. 정필모 위원장은 “핵심 관계자들이 증언을 거부하거나 회피해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발표 이후에도 중요한 단서가 나오면 언제든 추가조사를 해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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