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국정원 문건 피해, KBS 라디오 수난

“대통령 주례 연설은 KBS 라디오의 붕괴의 시작이었습니다” 민일홍 KBS 라디오 PD는 18일 언론장악 국정원 문건 피해자 보고대회에서 KBS라디오 수난사를 전했다.

민일홍 PD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윤도현의 뮤직쇼 PD를 담당했었고, 이후 윤도현 하차를 목격하게 된다. 이날 민 PD는 국정원 직원의 전화 연락, 명확한 이유 없이 2회 연속 저성과자 인사 고과, 2010년 4월 비제작부서인 편성본부로 전보 발령, 2012년 1월 2010년 총파업 주도 이유로 1개월 정직 징계를 당했다.

“2009년 가을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국정원 직원이었고, 대통령 주례 연설 관련 만나자고 했다. 제가 만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위축이 됐다. 어떻게 전화했냐고 추궁했고, 이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민 PD는 윤도현 하차와 관련 “부장의 갑작스럽게 윤도현 하차를 통보했고, 바로 전날까지도 그런 말이 없었다. 결국 윤도현은 고별 방송도 못한 채 교체됐다”며 “당시 윗선에 누군가 있겟지라고 생각했었다. 국정원 문건을 통해 그 윗선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민 PD는 KBS 라디오가 2008년 10월13일 대통령 주례 연설을 시작으로 △블랙리스트 파문 △특정 PD 배제 및 채널 정체성 훼손 △지속적인 제작 자율성 훼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민 PD는 “당시 주례 연설 담당자들은 그 뒤에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라디오 주례연설은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의 코너 형식으로 들어갔다. 민경욱씨는 주례연설 20회 특집을 진행했고, 생방송 심야토론 진행, 열린토론, 9시 뉴스 앵커, 보도국 문화부장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이 됐고, 현재 국회의원이다.

또 당시 성대경 라디오 팀장은 국장, 센터장을 거쳐 KBS미디어 본부장으로, 서기철 라디오 편성팀장은 원주방송국장, 라디오 1국장으로, 이경우 주례연설 PD는 라디오 1 2부장과 라디오 국장 및 센터장을 맡았다.

이렇게 승승장구한 이들 뒤에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순환전보라는 이름으로 중견 PD들이 지역으로 가게 하거나 비제작부서 등으로 발령을 내렸다.
 

“지역국에서도 서울에서 PD가 내려온다는 것을 나중에 일방적으로 듣게 된다. 회사가 계획된 것이 아니라 외압에 의해 급조된 것이었다. 라디오 PD가 지역에 가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TV프로, 아나운서, 문화프로그램 등을 했다.”

그는 용산참사, 노무현 대통령 서거, 무상급식, 영화-변호인, 4대강, 세월호 아이템을 간섭하면서 못하게 한 반면 G-20의 경우 몇 달에 걸쳐 대대적으로 다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회사측 논리는 무논리였고 무대뽀였다. 권력의 지시에 내부에 핵심적인 라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밝혀야 한다”고 전한 뒤 “지난 9년간 유독 한민족방송 간부, 주례연설 관련 간부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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