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파업 58일차 집회

성재호 본부장 “고대영은 KBS가 아니다”  비호세력들에게 문책 경고 

고대영 KBS사장이 국정원에 명예훼손 1억 원 소송을 제기한 뒤 30일 중국으로 떠나 파업 중인 KBS본부 조합원들의 분노를 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10월3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58일차 파업 집회를 열고, 고대영 사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파업뉴스팀은 이날 고대영 사장의 출국 과정을 취재해 공개했다. 고대영 사장은 출국 시간보다 7시간 앞서 인천 공항에 도착해 환승호텔에 머물렀다. ‘국정원 금품 의혹’을 묻는 질문에 고대영 사장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피하기만 했다.

장기 파업 사태, 저널리즘 파괴 의혹, 국정원 돈 200만원 수수 의혹, 민주당 도청 의혹 등으로 퇴진 요구가 빗발쳤지만 고 사장은 ABU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 총회 참석을 위해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KBS본부는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고대영의 출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KBS본부는 2009년 국정원 정보관이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에게 200만원을 줬다고 적시된 국정원 문건 일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KBS 보도국장 안보 현안 관련 보도 협조>라는 제목의 문건은 ‘보도 자제 협조’와 ‘국정 운영 긍정적 분위기 조성’ 등을 사업 개요로 밝히고 있다고 KBS본부는 전했다.

국정원 예산신청서에는 중점 수집 사업으로 1)안보 관련 KBS 기자 취재 분위기 파악 2)남북 관계 국익 저해 보도 자제 3)국정운영 지원 보도 등을 제기하며 '소요 예산: 200만원. 5월8일 전달(여론2팀장, 담당 I/O)'으로 되어 있다. 또 국정원 국익정보국 창의발전팀은 2009년 5월8일 국정원 KBS 담당관이 팀장인 여론2팀에 200만 원을 지급했다고 ‘일일 지급 결산서’를 작성했고, 5월 11일 결제가 이뤄졌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KBS 입장으로 성명이 나오고 뉴스로 보도가 되는데 고대영이 KBS냐”라며 “비위 의혹을 회사 이름을 빌려 먹칠을 하고 이제는 KBS가 나서 국정원에 명예 훼손 1억 원 소송까지 하느냐”고 따졌다.

KBS 뉴스9은 30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2009년 당시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공표해, KBS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서훈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파업 집회에서 “고대영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에 국정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이 국가기관으로부터 나왔는데 이는 사장 해임 사유”라며 “국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사회 해임안건을 막아보려는 얕은 수”라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이어 “아직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KBS 장악 음모에 대한 수사는 되지 않았고, MBC가 끝나면 곧바로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파업이 길어지고 있지만, 승리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의 개인적인 비리 혐의 등을 비호하는 보도 책임자들과 법무실장, 감사 등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국민의 방송을 망친 고대영 사장의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한 뒤 “반드시 승리하자”고 외쳤다.

집회는 파업 동료를 소개하는 ‘파업 친구를 소개합니다’ 코너. 파업 가족 대담, 지역국 파업 출장 연대 추첨 등의 코너로 이어졌다.

 

‘파업 친구’로 나온 오형일 조합원(편성전략부 소속)은 2005년 연구계약직으로 KBS 일하다 해고된 후 2년여 투쟁 끝에 복직했다.

오형일 조합원은 “계약직으로 있을 때 KBS노동유연화의 타깃이 됐고, 계약직 100여명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웠지만 전체가 해고됐다”며 “외롭게 싸웠지만 거리로 나왔을 때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안아주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오 조합원 당시 투쟁을 하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환대를 받았고, 연대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BS에서 자주 듣는 말이 기계적 균형, 형평성, 선례 등인데 이는 언론노동자 스스로 진실과 정의를 찾지 않은 채 ‘무능력’을 숨기는 수사일 뿐”이라며 “이런 식의 보도가 계속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오 조합원은 “파업이 내부 동료들과 거리에서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레기로 남게 된다”며 “정말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생활 속에서 프로그램으로 환대와 연대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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