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81일, 세종문화회관 앞 400여명 집결
드라마 예능 라디오 간부들 ‘고대영 체제 종언’ 선언

KBS본부 총파업 81일차인 23일 오후 2시. 칼바람이 부는 매서운 추위에도 전국에서 모인 KBS본부 조합원 400여 명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모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4일 예정된 감사원의 KBS이사회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비리 이사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날 감사원이 공영방송을 망가뜨리는 역할을 한 것을 알고 있다”며 “지난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KBS이사회의 잘못된 운영에 대해 명쾌하게 지적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 MBC정상화 시민행동 소속 노동 시민사회단체 간부들은 지난주부터 감사원 앞에서 일일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날 감사원 앞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제대로 된 감사결과 발표’를 요구하며 피켓팅을 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내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다음 주 KBS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기 위한 논의를 한다”며 “전체 언론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KBS 승리를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81일째 총파업을 이끌고 있는 성재호 KBS본부장은 “국장들까지 고대영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고, 사실상 모든 방송이 중단될 위기상황”이라며 “내일 감사원 발표가 나올 것이다. 비리이사들에 대한 명확하고 확고한 결정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이어 “어제와 오늘 계속해서 PD 간부, 라디오 간부, 아나운서들의 성명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스포츠의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부장마저 보직사퇴를 했다”고 밝혔다.

23일 라디오 부장, 팀장 14명은 <고대영 사장의 임기는 사실상 종료됐습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고대영 사장 퇴진 때까지 업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파업 80일 넘어가면서 대표적인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율이 반 토막 났다. 결방, 재방, 출연자 없는 파행 방송이 계속되고 있다”며 “오늘부로 부장, 팀장들은 우리의 동료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제작본부, 라디오센터, 방송본부, 보도본부 스포츠국, 심의실 부장 14명 역시 “KBS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사장 퇴진하는 날까지 방송, 제작 업무, 파업 참가자 현황 등 어떠한 업무 지시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15년 차 미만 아나운서들 역시 현재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방송을 하고 있는 아나운서들을 향해 “방송 중인 아나운서여!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기도 했다.

30~42기 사이의 29명의 아나운서들은 23일 “고대영과 이인호가 이끄는 KBS는 공적책무를 소행할 만한 기능을 상실한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중립이라는 미명아래 마이크 앞에 서는 것이 고대영과 이인호 체제를 비호하고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KBS 아나운서라는 영광된 이름을 함께 나누는 선배 동료들이여, 이제라도 마이크를 내려 놓아라”라며 “우리는 방송하는 로봇이 아니다. 우리는 KBS의 상징이자 자존심인 KBS 아나운서”라고 강조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감사원은 당연히 제대로 된 감사결과를 내놓아야 하며, 방통위는 자신들의 일을 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막대한 피해를 끼친 것은 자기 역할 못한 기관들”이라고 꼬집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을 바로잡기 위해 이미 81일째 싸우고 있는 것은 시민들에게는 여러분들의 투쟁이 너무 고마운 일이다.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만들 분들은 여기 계신 투쟁하는 사람들이다”고 하며 KBS조합원들을 응원하였다.

집회 사회를 보는 한상헌 아나운서는 “감사원과 방통위가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주었으면 좋겠다”며 “꼭 이겨서 부끄럽지 않은 KBS를 만들고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이 되겠다”고 화답하였다.

한편, 파업 82일차를 맞는 23일 KBS본부 조합원들은 오후 2시 KBS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오후 6시30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리는 ‘돌리고(돌아오라 리셋 고봉순) 집회’에 결합한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