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파리바게뜨 옹호하는 억지 언론들’이란 제목의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빵집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신문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럼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노동을 배제해 온 자본을 자주 보아왔습니다. 또 우리 스스로 ‘그런 배제’를 당연시해 온 것은 아닌지요?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

 

파리바게뜨 옹호하는 억지 언론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

요새 동네를 돌아다니면 ‘백종원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가 대표로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자. 사실 그보다 수완이 더 좋은, 주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변의 목 좋은 곳을 장악한 사업자가 있다.

바로 SPC(Samlip Paris Croissant)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카페 파스쿠찌,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빚은…. 또 있다. 퀸즈파크, 라브리, 베라, 라그릴리아, 스트릿, 그릭슈바인 같은 가게들도 SPC 것이고 샤니와 삼립도 SPC 계열이다. 파주에서 제주까지 동네마다 골목마다 SPC가 있고 전국이 그들이 영업지역이다.
 

일등공신은 파리바게뜨다. 이 브랜드는 동네빵집, 시장빵집, 경쟁사업자를 모두 제치고 명실상부 1등이 됐다. 현재 전국에 3400여개의 가맹점이 있다. 최고경영자(CEO) 허영인 회장이 “SPC그룹을 2020년까지 세계 1위의 제과 제빵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꿀 수 있게 한 것도 파리바게뜨다. 이미 해외에도 진출, 현재 프랑스 파리 등 해외에 수백 개의 점포가 있다.

한국을 SPC 거리로 만들고, 세계 1위 제과제빵기업의 꿈을 일군 사람은 허영인 회장만이 아니다. 바로 5천여 명에 이르는 제과제빵노동자다. 우리가 ‘제빵사’로 부르는 이들이다. 그들이 쉴 틈 없이 빵을 만들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상한 것은 파리바게뜨는 제빵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국 3,400여개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전국 8개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데, 제빵사들은 바로 이 협력업체 소속이다. 법적으로 파리바게뜨 가맹본부는 협력업체와 별 관련이 없다. 업무협정을 맺고 지원금을 주고받는 관계다.

문제는 파리바게뜨 가맹본부 관리자가 제빵사에게 직접 작업지시를 하고, 본사 정책을 공지하는 등 ‘불법파견’을 해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상도 못할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왔다. 이는 지난 6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한겨레를 통해 알려졌다.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SPC에 제빵사 5,309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까지 이끌어낸 엄청난 사건이 됐다. 현장에는 노동조합이 생겼고, 파리바게뜨는 수백 억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따질 것 없는 ‘불법파견’이다. 한겨레의 첫 기사는 이랬다.1) “단체대화방 내용을 보면, 본사 지시는 매우 ‘디테일’했다”며 “빵 길이부터 케이크에 놓인 과일과 장식 배치와 같은 품질 관련 내용을 비롯해, 주방 에어컨 청소상태, 가정의 달·크리스마스 시즌에 따른 매장 현수막 설치현황 등도 보고 받았다. 에스피시 차원의 품질평가나 위생평가가 나올 경우, ‘수검 문답’을 정리해 본사에 보고하는 것도, 신제품 빵을 고객에게 시식하게 하는 것도 제빵기사의 일이다.”

그런데 불법을 저지른 사측은 여전히 꼼수를 쓴다. 파리바게뜨는 가맹본부-가맹점주협의회-협력업체 3자 합작법인 ‘해피파트너스’를 설립, 제빵사들을 회유했다. 임금 인상과 복지 보장을 조건으로 걸었다. 불법을 꼼수로 덮는 꼴이다. 노동조합은 반대했고, 노동부 또한 응당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이다. 보수언론, 경제신문들은 대놓고 사측을 옹호한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직접고용 시한이었던 5일자 신문에 ‘파리바게뜨 날벼락 끝까지 밀어붙이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측을 옹호하고 정부를 압박했다.2)

조선일보는 “정부 지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내년부터 인건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을 내기 어렵다. 이익을 못 내면 감원하게 된다. 기존 직원들은 물론이고 ‘억지 정규직’이 된 제빵기사들의 처지도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멀쩡한 기업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이대로 가면 정규직화 성공이 아니라 대표적 실패 사례가 될 수밖에 없다. (중략) 고용노동부는 직접 고용 시한을 연장하고 노사정위가 중재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썼다.

 

매일경제는 아예 대놓고 노동부의 직접고용 결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시한 이튿날인 6일자 신문에 ‘결국 과태료 폭탄 맞은 파리바게뜨, 누굴 위한 직접고용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노동부의 결정이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본사가 제빵사를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3)

매일경제는 또한 “이해당사자 모두가 피해를 보는데도 고용부와 민주노총 산하 파리바게뜨 노조는 직접고용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납득할 수 없다. 그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직접고용인지 고용부와 노조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썼다.

이들의 주장은 황당하다. 노동부와 노동조합의 주장은 ‘불법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불법파견’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파리바게뜨와 SPC이다. 제빵사들을 헐값에 부려먹으며 사업을 이만큼 키운 것도 파리바게뜨와 SPC이다. 직영체제가 아닌 가맹점 위주로 사업을 확장하고 상시지속업무를 외주화해 사용자 책임을 은폐해온 것도 파리바게뜨와 SPC이다. 그리고 지금 불법을 꼼수로 덮는 것도 파리바게뜨와 SPC이다.

그런데 언론이 불법을 ‘사업의 특수성’이라고 하고, 꼼수를 ‘합리적 대안’이라며 파리바게뜨와 SPC를 옹호한다. 노동부와 노동조합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요구를 ‘억지 정규직’으로 매도한다. 파리바게뜨와 언론은 이미 ‘해피파트너스’가 됐다. 그리고 언론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아마도 ‘파리바게뜨 이후’를 고려한 집단행동인 것 같다.

이런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지만 할 말을 해야겠다. ‘파리바게뜨와 당신들의 합작으로 저널리즘은 또 한 단계 무너졌다. 언론은 이제 불법을 옹호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비판은 언론사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좌파운동권의 이야기인가. 이런 지적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부에서 토론하지 못한다면 당신 언론들은 언론이 아니다. 함량 미달의 억지 언론이다. 그냥 ‘불법파트너스’로 살아가시라.

-----------------------------------------------------------------------------------------------------

1)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00381.html

<파리바게뜨 회장 한마디에…제빵사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한겨레 6.27)

2)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4/2017120403069.html

<[사설] 파리바게뜨 날벼락 끝까지 밀어붙이나>(조선일보 12.4)

3)http://opinion.mk.co.kr/view.php?sc=30500003&year=2017&no=806969

<[사설] 결국 과태료 폭탄 맞은 파리바게뜨, 누굴 위한 직접고용인가>(매일경제 12.6)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