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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제목

[성명] 페이스북 저널리즘을 거부하라

등록일
2020-04-03 12:53:23
조회수
1070
첨부파일
 [성명]20200403_페이스북 저널리즘을 거부하라.pdf (109013 Byte)

[성명]

페이스북 저널리즘을 거부하라

 

  점입가경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오늘 조선일보의 "[단독] 채널A 기자에 접근했던 친여 브로커, 그는 '제보자X"였다" 기사는 최근 더욱 심각해진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시작된 MBC 단독 보도에서 드러난 사실은 채널A 기자가 현재 투자 사기죄로 수감 중인 VIK 이철 전 대표에게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여권의 비위 사실을 알려 달라는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이자 범죄에 가깝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의 언론 보도는 의혹과 추정만으로 VIK 투자 사기부터 시작하여 검찰 내부의 인사까지 무수한 '가능성'의 연쇄 사슬을 메워가고 있다. 언론과 검찰의 유착 또한 의혹이 아닌 사실과 물증으로 가능성의 연쇄를 채워야 할 취재의 영역이다. 

 

  문제는 이 의혹과 추정이 몇 사람의 진술이나 페이스북에 올린 몇 줄 발언을 취재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고질적인 언론의 문제로 지적되어온 "따옴표 저널리즘"이 이제는 "페이스북 저널리즘"이라는 변종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 조선일보 단독기사가 전형적인 사례다. 조선일보는 채널A 기자를 만난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그의 페이스북 포스팅만을 근거로 출연했던 방송의 발언과 비교해가며 "친여 브로커"라고 규정했을 뿐 그가 대리인임을 확증할 구체적인 물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누군지도 모를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의 멘트를 붙여 이 사안을 정치 쟁점으로 몰고 있다. 

 

  조선일보의 페이스북과 방송 다시 보기 취재는 진술과 문건의 교차확인과 충분한 물증확보가 저널리즘의 기본이라 배운 대학생 수준에도 못 미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페이스북 저널리즘과 한두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한 관련 보도가 쏟아지며 저널리즘의 윤리 문제에서 총선 정국의 정치 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보도는 사안의 심층 취재보다 기사의 조회 수 올리기나 해당 언론사의 자기만족으로 귀결된다.

 

  채널A는 이 사건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책임 있는 조처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널A의 셀프 조사가 어떤 신뢰를 얻을지 알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속한 언론사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면, 노조의 단체교섭이나 방송법의 편성규약에 따라 편성위원회 등의 내부 기구에서 먼저 논의하고 시청자 독자위원회에 조사를 일임했을 것이다. 그러나 채널A에 과연 편성과 보도의 자율성과 책임을 주장할 노조가 있는지, 이들을 감시할 시청자위원회가 있는지 의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번 21대 총선 정책 제안의 핵심 과제로 신문, 방송, 뉴스통신사 내 편성ㆍ편집권의 독립을 확보할 법적 강제 장치를 요구했다. 물론 이런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조합이 먼저 저널리즘의 가치를 명확히 하고 독자와 시민에 대한 기자 스스로의 반성과 노력을 독려해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소속 언론사의 기자뿐 아니라 이번 사태를 취재하는 모든 언론사 기자들에게 분명히 밝힌다. 채널A 기자의 위압적이고 위법적인 취재는 결단코 배격해야할 범죄행위이다. 페이스북 저널리즘 같은 기사 작성을 거부하고 양심과 책임에 따른 기사 한줄 한줄이 가장 중요할 때다. 잃어버린 언론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법과 제도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2020년 4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0-04-03 12:53:23 183.98.2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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