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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제목

[성평등위원회] 언론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등록일
2020-07-14 11:33:48
조회수
1474
첨부파일
 200714.pdf (146216 Byte)
 

언론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성추행 혐의로 한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과거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등 주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편에 섰고, 서울시정에서도 성평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던 그였기에 이번 일은 더욱 충격적이다. 

 

유력 정치인의 사망과 피소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박 시장의 실종 소식 이후 사망이 확인되기 전까지 수 백 건의 '속보'가 쏟아져 나왔고, SNS에 떠돌아다니는 글까지 특종 경쟁의 대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 SNS를 무분별하게 인용해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를 재확산하기도 했다. 또한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발언들을 인용부호만 달아 보도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은 추모와 진실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해석하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도, 성폭력·성희롱 보도 기준도 경쟁 앞에서 무의미했다. 이 같은 보도의 남발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언론의 또 다른 책무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명분으로 피해자의 호소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약자들을 침묵과 고통 속에 몰아 넣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추모 분위기 속에서 우리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있을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만 한다. 언론은 사회의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고 더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을 찾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했다는 증언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촉구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2항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서울시는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신속히 수립하길 바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는 피해자의 글을 깊이 새긴다. 피해자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그가 꿈꾸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대하겠다. 이것이 인권변호사로 살아왔던 고 박원순 시장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다.

 

2020년 7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작성일:2020-07-14 11:33:48 1.217.16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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