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명/논평

제목

[논평] 태영건설은 이명박 정권 시절의 미몽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등록일
2020-07-15 13:13:32
조회수
1781
첨부파일
 [논평]20200715_태영건설은 이명박 정권 시절의 미몽에서 깨어나기 바란다.pdf (122356 Byte)

[논평]

태영건설은 이명박 정권 시절의 미몽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오늘 태영건설이 주주총회를 열고 TY홀딩스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 지상파 방송 SBS의 미래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 있는 답변 없이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 강화만을 위한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태영건설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거대 자본으로부터의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 언론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인 10조 이상 대기업에 대한 지상파 소유 제한까지 무너뜨리려는 망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주장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되짚어 보자.

 

  언론노동자에게 2008년은 잔혹했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자본과 권력의 도구로 방송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은, 3조였던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소유지분 규제 기준을 무려 10조로 대폭 완화한 법 개정이었다. 거대 자본의 지상파 잠식, 방송 공공성 훼손, 방송 사유화 가능성을 우려한 양심적 언론 시민 사회는 강력히 반대 투쟁을 전개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였다. 건설자본과 결탁한 부패권력에 의한 방송 흑역사가 시작됐다. 그 뒤로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은 아직까지 고된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그 흑역사를 다시 소환한 것은 다름 아닌 2008년 지상파 추락의 지옥문을 열었던 SBS 대주주와 경영진이다. 윤석민 회장으로 2세 경영권을 승계한 태영건설이, SBS 경영진을 앞세워 10조 이상 대기업 소유지분 제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조합원들까지 규제 완화에 조력해야 한다는 사내 입장문까지 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SBS본부 조합원뿐만 아니라, 2008년의 상처를 안고 사는 전체 언론 노동자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다. 

 

  그간 SBS 대주주가 미디어 업계에 남긴 상흔은 깊다. 미디어법 파동 당시, 지상파 소유지분 제한을 30%에서 40%로 완화하는 개정안을 끼워 넣어 사익 추구에 열을 올렸다는 비판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윤세영법'이다. 자신의 수족 노릇을 하던 SBS 임원들이 청와대에 입성하자 기다렸다는 듯 로비 창구로 삼으면서 SBS 구성원들은 부패 권력의 '인력 파견 업체’라는 수치스러운 비아냥까지 감당해야 했다. 이때부터 소유경영 분리 목적으로 만든 지주회사 체제를 지렛대 삼아, 시청자 몫으로 돌려져야 할 수천억 원대의 수익을 빼돌린 일은 이미 온 국민이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윤씨 일가는 이런 자신들의 뒤를 봐주던 부패 정권을 엄호하느라 보도 지침을 내려보내 방송 사유화의 절정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윤세영의 아들 윤석민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 경영 감시와 방송 공공성을 위한 각종 노사합의를 파기해 버렸다. 결국, SBS 노사관계는 파탄이 났다. 

 

  경영권 위기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안면을 바꿔 방송 독립과 구성원의 생존권을 흔들고 옥죄는 게 태영건설이 지난 30년간 보여준 전형적인 방식이다. 이번에 SBS 경영진의 입을 통해 10조 규제 완화를 거론한 것은, 미디어시장의 공공성, 그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흔들겠다고 나온 것이라, 그 어느 때보다 죄질이 불량하다. 이미 특혜로 받은 10조 규제에 더해, 추가로 특혜를 달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조합원들까지 로비에 나서라고 내몰다니, 지난 10여 년 간 방송 역사에 남긴 자신의 뻔뻔한 궤적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 설마, 대주주의 사익을 위해 SBS를 수족처럼 부려 먹던 이명박 정권 시절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10조 규제 완화로 달성되는 미디어의 '공익'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SBS 경영진은 SBS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교묘한 말장난이다. 자산 10조 규제를 푼다고 해서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고 있는 지상파 SBS에는 자본확충이나 방송 공공성과 경쟁력 강화의 털끝만한 계기도 마련되지 못한다. 10조 규제를 풀어 또 건설자본에게 특혜를 부여하면 다시 방송을 제 멋대로 사유화해 사익 추구의 방패막이로 써먹을 게 불을 보듯 훤하다. 10조 규제 완화는 윤석민의 미래는 보장할지 몰라도, SBS본부 조합원들, 나아가 언론 노동자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10조 규제 문제는 언론 노동자 전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때만 되면 어김없이 방송독립과 소유경영 분리 원칙의 뿌리를 흔드는 SBS 대주주와 건설자본들을 위해 규제를 허물 아무런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태영건설과 SBS 경영진은 10조 규제 문제를 거론할 자격을 이미 오래 전에 상실했다. 사익 추구를 위해 권력과 유착해 벌였던 수많은 일탈과 방송 사유화로 인해 이미 사회적 신뢰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싶다면, SBS 대주주는 SBS 본부 조합원에 앞서 1만 5천여 전국 언론노동조합 조합원 전체와 싸워야 할 것이다.

 

2020년 7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0-07-15 13:13:32 1.217.161.170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