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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7년 전 그날. 우리.

등록일
2021-04-16 13:00:14
조회수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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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416 statement.pdf (154453 Byte)

[논평] 7년 전 그날. 우리.

7년 전 그날. 2014년 4월 16일 8시 49분. 세월호가 진도 앞 바다에서 기울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느 때처럼 출입처에 들렀고 오전 발제 회의를 했으며 하루 일정을 고치고 있었다. 11시 1분 한 방송 화면에 “단원고 학생들 모두 구조”라는 자막이 나왔을 때 점심을 무엇으로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목포의 한 기자는 서울 방송사로 전원구조가 아니라고 전했지만 누구도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7년 전 그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월호와 함께 차디찬 바다물로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 때에도 우리는 평소처럼 몇 년차 기자들을 팽목항으로 보냈고, 서울에서는 정부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간 대통령은 잠들어 있었고 청와대는 해경에게 보고만을 독촉했다. 팽목항으로 내려간 기자들은 눈 앞에서 뒤집힌 배의 바닥만을 멍하니 보았다. 진도 해경파출소장은 묵묵부답이었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은 우리에게 “지금 아이들 구조되고 있는게 맞나요?”라고 물었다. 우리가 해경에게 해야 할 질문을 가족들이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7년 전 그날. 팽목항에 모인 우리와 가족 모두가 “왜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는가”를 묻던 그 때, 서울의 뉴스 스튜디오에서는 평소처럼 전문가를 모셔놓고 “왜 이런 사고가 벌어졌는지” 원인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한 방송사는 다른 대형 사고처럼 저녁 뉴스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받을 보험금 액수를 계산했다. 우리는 늦어지는 구조의 이유를 묻지 못했고, 현장 브리핑을 받아 썼으며, 얼음장 같은 암흑의 바다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7년 전 그날. 우리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고 출근 후 점심 메뉴를 골랐으며 어떤 커피를 마실지 고민했다. 퇴근 후 약속된 저녁 자리에 갔고 피곤에 지쳐 굽은 등의 사람들이 가득 찬 막차를 탔다. 그날 우리는 서울역 대형 텔레비전에 비춰진 뒤집힌 세월호를 곁눈질로 보고 지나갔다. 귀가한 집 거실 텔레비전에서 팽목항과 세월호의 모습은 채널을 바꾸고 바꾸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껐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7년 전 그날 이후, 우리는 보았다. 자식의 영정을 품에 안고 상복을 입은 채로 청와대 앞에 앉아 있던 부모들을. 움푹 들어간 눈으로 푸른 지붕만을 보던 이들 앞에 허리 숙여 사과하던 공영방송 사장을. 자식을 살려달라는 애끊는 외침을 조급증으로 몰던 흉기같은 어느 기사를. 우리는 그 때 알았다. 늘 하던 대로 한 일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평범함이 어떻게 원죄가 될 수 있는지를.

7년 전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변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다시 그날 팽목항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팽목항의 울음과 통곡 속에서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던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왜 304명의 세상이 바다 속으로 사라졌는지 답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바로 그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왜 법원이 면죄부를 주었는지 답할 수 있을까.

그날 이후 우리의 시간표는 세월호의 시간표와 얼마나 멀어졌는가. 의문은 잊혀지면 안되고 질문은 입 속에 맴돌면 안된다. 해마다 돌아오는 4월 16일은 해마다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2021년 4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1-04-16 13:00:14 1.217.16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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