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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김중배 선언 30년, 자본의 도전과 언론의 응전

등록일
2021-09-06 13:06:35
조회수
487
첨부파일
 [논평]김중배 선언 30년, 자본의 도전과 언론의 응전.pdf (116842 Byte)

김중배 선언 30, 자본의 도전과 언론의 응전

 

199196일 동아일보 편집국. 얼마 전 경질된 김중배 전 편집국장이 환송회 자리에 나타났다. 그는 퇴임사라는 형식을 빌었으나 한 시대의 진단이자 경고를 내뱉었다.

 

“1990년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권력보다 더 원천적이고 영구적인 도전의 세력에 맞서게 되었다는 게 신문기자 김중배의 진단입니다.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권력은 자본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그 사태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19876월 항쟁 이후 언론운동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기치로 삼았을 때, 개헌까지 할 수 있는 세 보수정당의 야합이 이루어졌을 때, 김중배 기자는 눈에 보이는 정치권력의 위력이 아니라 언론에 대한 자본의 압력이라는 원천적이고 영구적인 도전을 경고했다.

 

언론사에 1991김중배 선언으로 기록된 이 경고는 군부독재에서 벗어난 후 노동자 대투쟁에 맞선 자본의 문어발 확장이 이뤄지던 때였다. 언론 자유화 조치로 우후죽순처럼 신문사가 창간되었고, 민간 자본으로 방송 시장이 형성되던 시기다. 김중배 기자는 정치권력의 통제와 검열보다 대기업 광고주의 압력과 언론사주와의 결탁, 그리고 저널리즘의 가치가 경쟁에 매몰되는 전혀 다른 도전을 간파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김중배 선언의 의미를 다시 곱씹는다. 대기업, 재벌, 글로벌 자본은 이제 광고주를 넘어 그 자신들이 미디어가 되었다. 통신 재벌은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했고, IT기업은 포털을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알고리즘의 가치로 바꾸었다. 지역 연고로 시작한 자본은 민영방송을 디딤돌로 자산 10조가 넘은 대기업으로 변신했고,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투자와 수익은 글로벌 미디어 자본의 몫이 되었다. “자본의 압력에 마주하던 언론은 이제 거대자본과 족벌사주의 욕망을 실현하는 충직한 도구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듯하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명분으로 이 조잡한 욕망을 부채질하는 짓들을 규제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5000만원의 특별 상여금, 10%의 임금 인상, 대기업 수준의 복지 혜택을 앞세운 호반건설과 같은 자본 앞에 우리는 어떻게 응전하고 있는가. 2세 승계와 지배력 강화의 욕망 앞에 소유경영 분리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마저 짓밟은 태영 자본의 횡포, 반칙으로 얻은 신방복합의 선물도 더 강한 스피커가 된 보수족벌 언론사주의 권력, 이제는 미디어 산업의 위기 속에 건설자본의 놀이터로 변질된 신문과 방송산업 현장의 절규는 30년 전 김중배 기자의 진단이 고스란히 현실화됐음을 보여준다. 오로지 산업자본의 이익을 위한 들러리 자본으로만 미디어의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자들로부터 시장과 질서의 주도권을 환수하지 않는 한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 있을 뿐이다.

 

202196. 우리는 김중배 선언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인다. 각자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내뱉는 개혁이 아니라, 30년 김중배 선언이 짚어낸 현실을 마주하는 것에서 진짜 언론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광장의 촛불로 만들어진 정권조차 자본의 압력에 굴복하는 지금, 언론을 포위한자본에 우리는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생계와 위신에 더 절박한 우리 언론 노동자에게 김중배 기자의 한마디는 여전히 유효하다. “연대”. 바로 이 두 글자다.

 

 

 

202196일 김중배 선언 30주년을 기억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1-09-06 13:06:35 1.217.16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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