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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친구들 제안자 기자회견문] 방송 비정규직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등록일
2021-09-15 10:51:31
조회수
421
첨부파일
 [방송작가친구들 보도자료 및 기자회견문] 경계 없는 연대로! 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자! 방송작가친구들 제안자 기자회견.pdf (1010954 Byte)


[방송작가친구들 제안자 기자회견문]
방송 비정규직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방송에 출연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출연 섭외 전화를 하는 사람은 작가란 것을. 출연 내용을 조율하고, 프로그램 구성과 대본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작가지만, 작가가 이런 일만 하지 않는다는 것도.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사람들은 또 알 것이다. 방송작가들은 프로그램과 방송사를 자주 옮긴다는 것을. 왜 그만둔 거냐, 왜 옮긴 거냐 물으면 작가들은 선뜻 답하지 못한다는 것을. 

프로그램 기획부터 섭외, 구성, 대본 작업 외에도 수많은 실무를 하지만 방송작가들의 노동은 카메라 너머 그림자에 머물러 있다. 방송작가를 비롯한 미디어 비정규직을 둘러싼 관행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방송작가들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상시적인 고용 해고 위협에 시달린다. 방송사들은 말한다. 프리랜서 계약이므로 해고가 아니라고. 심지어 계약기간이 한참 남은 서면계약서가 존재해도, ‘편성 등 사측의 임의사정’으로 언제든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명시한 조항을 근거로 해고가 아니라 주장한다.  

방송작가들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 지역작가의 임금 혹은 원고료는 수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실제임금은 나날이 줄고 있다. 봄가을 개편 때마다 새 프로그램 기획일을 전담하지만, 기획료 지급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작가들은 돈 한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지역작가들은 ‘또’ 지급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차별을 당하고 있다. 

방송작가들 중 상당수는 근로자성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하며, 노동권을 박탈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국 지상파, 외주제작사에서 일하는 신입작가들이 그러하며, 보도국에서 상시적으로 일하는 작가들도 그렇다. KBS·MBC·SBS 지상파 3사에 대한 고용노동청 근로감독이 시행 중인 이 와중에, 더욱이 MBC보도작가 두 명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성 인정판결을 받았음에도 사측은 여전히 방송작가의 근로자성 인정을 외면하고 있다. 모든 방송작가의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사측은 일부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작가들의 노동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96%가 여성인 것으로 알려진 방송작가는 대표적인 여성·청년 비정규직 직군이다. 육아휴직은 물론, 출산휴가도 꿈꾸기 힘들만큼 모성권을 박탈당해 왔다. 더욱이 미디어 자본은 젊은 여성 청년의 방송에 대한 열정을 값싼 노동력으로 악용해 왔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방송작가들이 지난 2017년 노동조합을 만들어 4년간 이같은 불공정 관행 타파를 위해 투쟁해 오고 있다. 방송작가들의 노동조합 결성은 그 자체만으로 노동운동사에 큰 의미가 있는 일이며, 해당 노조의 그간 투쟁 성과도 적지 않으나 방송작가의 노동조합 지위를 부정하는 방송사에 맞선 방송작가노조만의 투쟁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또한, 방송작가를 비롯한 미디어비정규 문제는 적지 않은 기간동안 고착돼 온 너무나 탄탄한 벽이다. 당사자만의 투쟁으로는 이 불공정 관행과 부당한 제도를 타파해나가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 우리는 방송작가들의 비를 함께 맞는 친구들이 되고자 한다. 방송작가서포터즈, <방송작가친구들>의 대표제안자로 나선 이유다. 

하나. 방송작가는 노동자다. 방송작가 및 미디어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하나. 공정 노동이 공정방송을 만든다! 방송작가의 노동권 보장이 좋은 방송을 만든다! 
하나. 비정규직 차별 없는 방송국이 만드는 방송을 보고 싶다! 방송작가 및 방송계 비정규직이 노동에 합당한 대우를 받기 바란다!
하나. 카메라 뒤에도 사람이 있다. 카메라 뒤 비정규직 실상에도 카메라 렌즈가 비추길 희망한다. 
하나. 모든 노동자는 노조할 권리가 있다. 방송사는 방송작가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라! 
하나. 방송사는 여성·청년 비정규직의 방송에 대한 열정을 착취하지 말라! 

방송작가서포터즈, <방송작가친구들>은 여러 노동시민단체와 시민들, 그리고 언론계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끈끈한 연대를 통해 미디어계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고, 비정규직의 문제해결을 이뤄낼 것이다. 

아직 방송작가노조와 함께 하고 있지 않은 방송작가 여러분께도 부탁드린다. 함께 모여야 힘이 생긴다. 방송작가를 둘러싼 불공정 관행이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수십년째 고착화된 이유 중 하나가 작가들이 뭉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작가 스스로 모이고 뭉쳐야 한다.

노동조합이 낯설고 생경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말했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배우 이병헌씨, 개그맨 유재석씨도, 개그우먼 박나래씨도 연기자노동조합 조합원이다. 

방송작가서포터즈, <방송작가 친구들>은 방송작가 여러분의 우산이 아닌 함께 비를 맞는 친구가 되겠다! 

 

2021년 9월 15일 
방송작가서포터즈 ‘방송작가친구들’ 대표제안자 일동 

작성일:2021-09-15 10:51:31 1.217.16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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