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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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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홍준표 후보님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께 드리는 글

등록일
2021-10-25 15:43:34
조회수
1274
첨부파일
 [성명]홍준표 후보님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께 드리는 글.pdf (135078 Byte)

홍준표 후보님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께 드리는 글

 

20대 대통령 선거를 여섯 달여 앞둔 환절기에 건강을 여쭙습니다. 무엇보다 치열한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망언들을 직접 챙기시고 검증까지 하시느라 심려가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홍 후보님께서는 그 바쁘신 와중인 어제(24일), 현재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언론자유 확대와 미디어 혁신 공약”을 발표하셨습니다. 2017년 백척간두의 위기에 섰던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에 ‘언론’이라는 단어 한 자도 안 쓰시고 마음에 안 드는 특정방송사 뉴스를 없애 버리겠다고 주옥 같은 발언을 하셨던 후보님이 어떤 분야보다 앞서 언론과 미디어 공약을 내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권은 모든 언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대에 역행하는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였다”고 하시며 “권력의 언론장악이나 간섭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반대하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요구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언론현업단체의 입장을 대변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어서 발표하신 ‘7대 혁신 공약’을 듣고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집권하면 청와대는 언론사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며 정부와 공기업 지분이 들어간 7개 언론사를 일일이 지목하셨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관여’를 지적하신지도 모르겠으나, 지난 세월 공영방송의 이사회부터 기자까지 해임과 해고에 관여한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사죄부터 하셔야 할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KBS 1TV, EBS, 아리랑TV” 등을 통합하여 ‘순수’ 공영방송을 만들고 “KBS 2TV, MBC, YTN, 연합뉴스, 서울신문 등은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의 언론 지형을 바꿀 큰 그림을 그리시려는 후보님의 열정은 이해하겠으나, 언론을 갖고 싶어 안달하는 재벌과 대기업을 배려하시려는 그 살뜰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순수 공영방송’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세월호 참사 때 새누리당이 말했던 ‘순수한 유가족’의 그 ‘순수’와 같은 뜻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믿고 싶어도 “소위 노영 방송 현상, 언론사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문제에 적극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씀에서 1980년 언론통폐합과 같은 “권력의 언론장악”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지금이 2021년이라는 것을 잊으신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일곱 번째 공약까지 읽고서야 우리는 홍 후보님의 깊은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공약은 기대할 약속이 아니라 경쟁 후보를 향한 허언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이자 아직 언론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후보들에 대한 선점 효과를 노리신 정치 선전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검사 출신이시며 4선 의원이시자 도지사까지 지내신 후보님의 내공을 미처 살피지 못한 언론노조의 불찰이었습니다. 언론노조는 홍 후보님께서는 대선 선전용 언론 공약이 아니라 진정한 언론 공약을 숨기시고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홍 후보님뿐 아니라 윤석열 후보까지 앞다퉈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하고 나섰으니, 언론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국민참여를 통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화해 권력의 언론장악과 간섭을 방지하는 데 국민의힘 전체가 흔쾌히 동의하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마침 12월까지 여야는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를 만들어 후보들께서 강조하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신문법 개정 등의 합의를 서두른다고 합니다. 굳이 대선 이후로 미룰 필요도 없겠습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외치셨던 후보님들이 앞장서 언론독립을 관철하겠다고 나서주시니, 이번만큼은 정말 오랜 꿈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다름 아닌 국민의힘 후보들이 언론독립의 깃발을 치켜든 모습에 꿈인지 생시인지 오늘도 볼을 꼬집어야 할 지경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함께 손 잡고 오시기 바랍니다.

언론노조는 홍 후보님과 국민의힘에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한국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혜안으로 ‘G7 선진국 진입을 위한 언론 자유 증진과 미디어 정책’을 말씀하실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부디 왕림하시어 언론노조 1만 5천명의 조합원 앞에서 큰 뜻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0211025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1-10-25 15:43:34 1.217.16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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