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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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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현업단체 공동성명] 미디어를 대기업에 상납할 법개정, 적폐의 연장을 멈추라.

등록일
2021-12-29 13:26:48
조회수
722
첨부파일
 [성명]미디어를 대기업에 상납할 법개정, 적폐의 연장을 멈추라..pdf (121706 Byte)

미디어를 대기업에 상납할 법개정, 적폐의 연장을 멈추라.

 

‘적폐’란 이런 것이다. 한때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써 왔던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바로 이 적폐가 최근 국회에서 양정숙 의원(무소속, 과방위)의 방송법 일부개정안으로 등장했다.

양 의원의 개정안은 방송사업자에 대한 소유지분 제한을 받은 대기업의 기준을 현행 자산총액 10조 원에서 국내총생산액(GDP)의 0.5% 이상, 1.5% 이하로 완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0년 국내총생산액 1,933조 원을 기준으로 하면 자산총액 약 29조 원 이하 기업집단에게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진입 규제가 풀리는 셈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지금의 대기업 기준인 10조 원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08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완화한 결과다. 그 배경에는 통신 3사 IPTV의 출범이 있었다. 유료방송시장의 과점을 위한 초석은 이렇게 놓여졌다. 이듬해 2009년, 한나라당은 조중동의 종편 승인을 위해 관련 법률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며 지상파 민영방송 사업자의 최대주주의 소유 지분 제한을 30%로 확대했다. 여기에 1인 소유 지분 제한까지 40%로 상향했다.

결국, 소유지분 규제 완화는 유무선통신시장의 과점사업자였던 통신 3사, 신문시장의 상위 사업자인 조중동, 그리고 민방 사주를 위한 배려였던 셈이다. 이번 양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도 다르지 않다.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지분 완화는 SBS 최대주주인 태영을 비롯하여 기존 방송사 사주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청원’이었다. 미디어오늘 등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규제완화에 대해 방통위 일부 상임위원들도 동의 의사를 표했다.

역설적으로 2008년과 2009년, 대기업 방송사 소유규제 완화에 반대했던 정당은 바로 민주당이었다. 미디어 공공성을 외치며 반대 목소리를 높혔던 정당이 집권 여당이 되니 한나라당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9명의 의원 중 해당 상임위(과방위) 소속은 한 명도 없다. 환노위(안호영, 윤준병), 농해수위(위성곤, 윤재갑), 기재위(고용진), 정무위(김병욱), 보건위(인재근), 행안위(한병도), 산자위(황운하) 등 8개 상임위 소속 의원이 공동발의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들은 이번 개정 이유를 마치 성장한 경제 규모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의 해소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낡은 규제를 연장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다.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거나 가까운 호반, SM, 그리고 태영의 기업집단 지분도를 보았는지 의문이다. 물론 이들의 자산 증식이 어떤 분야에서 발생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방송시장에 대한 대기업 진입규제를 논하기 전에 과연 국내에 미디어 분야에 집중하여 투자와 채용 등 장기 전략을 세우고 사회적 책임을 떠안을 자본이 있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태영, 호반, SM이 과연 그러한 자본인가? 29조 이하 기업집단을 보라. 미디어 시장에 대한 사업 경험조차 일천한 자본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방송사업자의 지분을 개방하는 것은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주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공인 인증서를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양 의원과 일부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동의한 대기업 진입 규제완화가 적폐인 것은 이 때문이다. 사주와 모기업 수익을 위한 부속품으로 신문과 방송을 이용해 온 건설, 금융, 제조업 자본에게 앞으로 ‘평생 이용권’을 주겠다는 법 개정이야말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의 연장, 적폐다.

이 성명에 연명한 언론현업단체 중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제20대 대선 6대 정책과제 <2022 대전환, 미디어 체제의 근간을 바꾸자>에서 미디어 자본과 산업 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걸었다. 지금처럼 민간 자본이 신문과 방송을 지배할 수 있는 기준을 자산총액에 두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식의 적폐 연장 정책은 사회적 책임, 고용 확대 및 안정을 책임질 수 있는 미디어 자본의 분리로 바뀌어야 한다.

언론노조가 정책과제로 제안한 미디어 자본과 산업 자본의 분리는 금산 분리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시장 구분이다. 시행령 범위까지 침해하면서 민영방송 사주의 청부 입법을 할 시간에 국회와 방통위는 언론노조의 제안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길 바란다. 대기업 방송사주의 청부보다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할 미디어 체제의 근간을 먼저 바꿀 때다.

20211229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작성일:2021-12-29 13:26:48 14.6.7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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