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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노협 성명] 자본의 언론 침탈, 이대로 놔둘 수 없다

등록일
2022-03-24 13:09:13
조회수
421

자본의 언론 침탈, 이대로 놔둘 수 없다

 

한국 언론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75년 전통의 매일신문이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운송업체 코리아와이드 간의 밀실 협상을 통해 전격적으로 매각됐다. 회사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신문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경영진조차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도대체 뭘 숨기고 싶었기에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벌인 건지 의심스럽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거론하기 전에 이번 협상을 주도한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코리아와이드의 태도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매일신문은 75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노동자들이 땀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물건처럼 자의적으로 거래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매일신문에 사랑과 신뢰를 보내온 대구·경북 독자들을 저버린 잘못을 어떻게 씻을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리아와이드가 매일신문을 인수한 속내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계에서는 그 저의를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 대구·경북 최대 일간지인 매일신문을 이용해 운송업과 부동산업 등에서 코리아와이드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서울신문과 전자신문, EBN을 잇달아 인수하며 건설자본으로서 미디어 그룹을 넘보는 호반건설이란 전례도 존재한다.

매일신문 매각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코리아와이드 측이 과감한 행동으로써 입증해야 한다. 과거 대주주였던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특정 정치적 관점을 강요하며 사사건건 매일신문 편집권에 개입해왔다. 만약 코리아와이드가 매일신문 내부의 고질적인 관행을 청산하고 공정 보도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면 그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매일신문 정상화의 첫걸음은 구성원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지부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편집권 독립과 처우 개선, 임원 선임 절차 공개, 전 사원 간담회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사항을 코리아와이드에 제시했다. 언론노조 산하 30여개 신문·통신사 노조 협의체인 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는 코리아와이드 측이 매일신문지부의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토록 촉구한다.

아울러 전신노협은 중소자본의 언론사 인수 움직임에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주의를 기울이기를 희망한다. 대규모 자본은 막대한 자금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물밑에서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중소자본의 언론사 직접 소유 흐름까지 더해지면 언론은 경제 권력에 이중으로 예속될 우려가 있다. 자본 침탈로 언론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 폐해는 우리 사회가 온전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2022년 3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

작성일:2022-03-24 13:09:13 211.210.17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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