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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조직 성명/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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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노협 성명] 질서 있는 탈(脫)포털을 요구한다

등록일
2022-05-23 14:44:31
조회수
422

질서 있는 탈(脫)포털을 요구한다

 

포털을 매개로 한 디지털 뉴스 소비 시스템의 대변혁이 멀지 않은 듯하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은 아웃링크 방식을 전면 의무화하고 포털의 뉴스 편집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완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포털 개혁’이라는 대전제만큼은 민주당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은 그간 포털과 공생하며 달콤한 과실을 누려왔다. 중소 업체라도 포털에 입점만 성공하면 거대 언론과도 비교적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다. 소수 족벌 언론이 막대한 자본과 유통망을 바탕으로 여론을 좌지우지했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특히 많게는 연 수십억에 달하는 전재료와 광고비는 갈수록 쪼들리는 신문사 살림에 적잖이 보탬이 됐다.

그 부작용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언론은 포털에 안주하며 콘텐츠 품질 향상과 자체 플랫폼 확충은 뒷전에 뒀다. 도리어 수백만 포털 이용자의 말초적 관심을 자극하는 ‘베껴 쓰기 기사’ ‘취재 없는 기사’를 남발하며 언론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앞장섰다. 지역 언론의 포털 진입이 차단된 탓에 뉴스의 지역성과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왜곡된 뉴스 시장을 정상화하고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언론의 포털 의존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포털 개혁, 언론 개혁 담론을 지켜보고 있자니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그들의 정책에 미처 생각지 못한 역효과가 있지 않을까 고민 없이 그저 눈엣가시 같은 언론과 포털을 손봐주겠다는 인상이 짙어서다.

준비되지 않은 탈포털은 약(藥)보다 독(毒)이 될 공산이 크다. 일찌감치 자체 플랫폼에 투자해온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갑작스런 수익 감소를 버텨낼 재간이 없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소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변변하게나마 자체 앱을 갖춰놓은 데가 손에 꼽는다. 새로운 뉴스 유통 환경에서 저널리즘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지도 아직 미지수다.

건강한 뉴스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탈포털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유예 기간이 주어져야 한다. 각 언론사가 포털 의존을 끊고 독자적인 디지털 뉴스 유통 기반을 닦기까지는 얼마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여겨진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전문 개발 인력 충원 및 고용안정 보장, 독자 분석 시스템 제공 등 다각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언론도 자성해야 한다. 일말의 취재나 검증 없이 제3자의 주장을 그대로 퍼 나르는 ‘따옴표 저널리즘’ 등 잘못된 보도 행태가 사회적 갈등과 차별,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언론과 포털의 공생 관계가 우리 공론장을 얼마나 망쳐놨는지 반성 없이 탈포털에 저항하는 행위는 결코 대중적 동의를 얻을 수 없음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2022년 5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

작성일:2022-05-23 14:44:31 1.217.16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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