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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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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대통령은 불법시위 운운하기 전에 사태의 본질부터 파악하라

등록일
2003-11-11 10:55:49
조회수
2428
첨부파일
 노동탄압성명.hwp (58433 Byte)
대통령은 불법시위 운운하기 전에 사태의 본질부터 파악하라!'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나라 대통령은 말 한마디 뱉을 때마다 대립과 갈등을 부추긴다. '모럴 해저드'(기강 해이)에 빗대어 '오럴 해저드'(구강 해이)라는 말이 나온 지가 꽤 됐음에도, 전혀 나아지는 게 없다. 되레 증상은 심해지고 있다.대통령은 지난 10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발생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에 대해 "대화가 아닌 불법 폭력시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불법 폭력시위로는 아무 것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노동단체가 아니다"는 막말까지 한 모양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특수기동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개 패듯 두들겨댄 경찰청장은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얼마 전에도 대통령은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노동자를 한껏 자극한 뒤에 겨우 정책이랍시고 내놓는다는 게 '가압류 때 노조 조합원 최저생계비 보장'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고 당사자들을 '자살'로 내모는 사용자들의 무자비한 손배·가압류에 대해 '최저생계비 보장'이라는 '눈깔사탕' 하나 내보인 것이다. 그 이상은 안 된단다. 사용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단다.익히 '콩가루' 정부라는 것은 알아봤지만, 이건 좀 심하다. 분신·자살의 배후에 민주노총이 있다는 망발을 일삼는 경총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 한마디 없다. 영등포 경찰서장은 '직위해제' 하는 데 그쳤다. 그뿐인가. 자기가 마치 대통령인 것처럼 '절대 파병해야 어쩌구 저쩌구' 지껄여댄 한승주씨를 주미대사로 그대로 놔두고 있다. 심지어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미국 자본과 국내 가전·통신업자들만 배불리는 데 앞장서온 정보통신부의 디지털 텔레비전 전송방식 추진에 대해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은 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통부의 거짓말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그러면서 손배·가압류로 죽음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정당성'을 들먹일 수 있는가. 노동자대회에 등장한 화염병을 빌미로 쇠몽둥이를 꺼내드는 대신에 사태의 본질부터 파악하고 적극적 사태 해결책을 내놓는 게 순서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포함해 애지중지 한다는 네덜란드 노사관계 모델의 핵심은 '비정규직 차별이 없다'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는 물리적 폭력의 독점기구'라는 근육질을 자랑하는 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폭력은 계속 될 것이다. 굶어죽지 않으려면 훔칠 수밖에 없는 게 상식이다. '무전유죄'이다. 이 기막힌 현실 앞에 누가 실정법을 들이대는가. <끝>
작성일:2003-11-11 10: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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