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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스포츠조선 성희롱 사건에 대한 여성단체 의견서

등록일
2004-02-05 20:37:53
조회수
2433

문서번호 : 서여전 2004-19호
시행일자 : 2004. 2. 3
수      신 : 스포츠조선 사장
참      조 : 스포츠조선 총무국, 제작국
제      목 : 스포츠조선 제작국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의견서


1. 안녕하십니까?

2. 사단법인 서울여성의전화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억압현실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파괴하는 폭력을 종식시키며,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건강하고 평등한 민주사회 건설에 기여할 것으로 목적으로 하는 여성인권운동단체입니다.

3.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여성들과의 심리적, 법적, 의료적 상담을 통해 피해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하며, 성폭력의 원인 및 예방 대책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인간중심적인 성문화를 정착시키고, 여성의 인권을 회복시켜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활동을 하는 여성인권운동단체입니다.

4. 저희 단체는 지난해 귀사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관한 상담을 하게 되면서 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노동부 고용평등위원회에서 성희롱 혐의 없음으로 결정난 후, 귀사에서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여직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5. 이에 저희 단체의 입장을 전하고 사건의 현명한 해결을 기대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첨부하는 바입니다.

6. 감사합니다.

※ 별첨 : 1. 의견서 1부(4p)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미경
사단법인 서울여성의전화 회장 황경숙
(직인생략)


<첨부1>

스포츠조선 제작국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의견서

작년 6월 24일 스포츠조선 제작국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성희롱 사건과 이후 본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본 여성단체들은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더욱이 노동부 고용평등위원회에서 본 사건에 대해 성희롱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귀사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본 여성단체들은 더 이상 이 문제가 이렇게 진행·처리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귀사에 본 사건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의견을 밝히는 바입니다.

첫째, 본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노동부의 이번 판결과는 달리 성희롱으로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바입니다.

어떤 행위가 성희롱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상대방의 성적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는가 여부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주었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으로서 느꼈을 감정을 고려하되 피해 생존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 해당행위가 성희롱인지 아닌지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그 행위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가 되었던 본 사건을 바라볼 때, 설령 피신고인과 다른 주변인물의 관점에서 문제가 되었던 해당 언행이 성적인 수치심을 갖게 할 언행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한 신고인들이 해당 언행으로 성적인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면, 이는 분명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본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임산부인 여직원에게 술을 강권한 행위와 "술은 뱃속부터 배워가지고 와야 한다"는 언행들은, 여성이기에 갖는 자연스러운 신체적인 차이를 차이로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신고인에게는 폭력적인 느낌을 갖게 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더불어 피신고인의 의도가 그러하지 않고, 주변인들이 판단하기에도 성적인 의도로서 비춰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차적으로 임신 중인 여직원의 사정이 충분히 배려되지 않는 상황의 폭력성,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여직원에게 술을 함께 마실 것을 요구하는 것이 가질 수 있는 성희롱의 위험성 등이 신고인에게 해당 언행을 성적인 불쾌감으로서 받아들이게 만들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즉 직장 내 회식자리에서 술자리를 빌어 빈번하게 발생하는 왜곡되고 폭력적인 성문화의 문제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대부분의 여직원들이 가지는 부담과 불편함들이 해당 상황을 신고인이 해석하는데 주되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판단됩니.

위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때, 문제는 일차적으로 임신 중인 여직원의 사정을 배려하지 못한 피신고인의 일차적인 잘못과 나아가서는 한국사회 직장 내 회식문화가 가지는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성문화에 있는 것입니다.

또한 왜 몇 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본 사건을 문제제기하였는가와 관련된 논란들은, 한국사회에서 성희롱 및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데서 발생한 논란이라 생각됩니다. 성폭력 피해나 성희롱 피해의 많은 경우, 피해자들은 당시의 상황에서 성적인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 하더라도 이러한 느낌을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서 즉각적으로 인지하고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존재합니다. 이는 우선 피해자들이 자신의 실제적인 경험과 감정들을 인지하는데 개인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피신고인과 신고인의 관계가 가지는 위계성이 설령 당시의 상황을 문제로서 인지했다 하더라도 문제제기하는데 많은 주저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여 본 사건을 바라볼 때, 본 여성단체들은 신고인들이 문제가 되었던 상황을 성희롱으로 판단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이에 대한 신고인들의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를 부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다른 의미에서 이는 당연한 권리행사였다고 판단합니다.

둘째, 본 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모든 책임은 일차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여직원들이 책임이 아니라, 신고인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피신고인과 사측의 태도라고 보여지기에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요청합니.

본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신고인들이 피신고인의 언행에 대해 문제제기하였을 때, 피신고인이 문제의 언행을 잘못으로서 선선히 인정하고, 당사자들 간의 대화로서 해결해 나갈 의사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신고인들과 피신고인간의 갈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본 사건을 둘러싼 갈등이 직접적인 사건당사자 간의 갈등이 아니라, 신고인의 대리인과 피신고인의 대리인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본 여성단체들은 판단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피해자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 또한, 피해자들의 피해 경험고 주장이 우선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채 본 사건의 문제가 다른 문제로 확산되어 갈등이 확산되는 것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본 성희롱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노조와 사측간의 관계 및 갈등은 비록 그 갈등의 과정에서 성희롱 사건이 핵심적인 문제를 구성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이를 문제제기한 노조와 사측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 판단되며, 피해자들과 성희롱 문제를 분리시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때, 귀사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에 대한 책임은 문제의 언행을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이에 문제를 제기한 신고인들에게 있다기 보다는, 이의 해결과정을 보다 바람직한 태도로서 풀어가지 못한 피신고인과 사측의 책임이 크다고 본 여성단체들은 판단합니다. 따라서 본 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문제에 대한 책임을 신고인들에게 물어 징계를 결정한다는 것은 부당한 처분이라 판단하며, 귀사의 본 사건에 대한 이번 징계위원회에서의 결정이 이를 충분히 고려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의 책임을 법적으로 사측에게 의무화시켜 놓고 있습니다. 이때 회사가 가지는 성희롱 예방의 책임은 단순히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였는가, 아닌가에 제한되는 개념이 아니라, 사내에서 성희롱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었을 대, 회사가 이러한 문제제기를 얼마나 기꺼이 수용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가 하는 태도까지를 포함하는 책임과 의무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미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귀사의 태도와, 이번에 제기된 사내 성희롱 문제에 대해 보여준 귀사의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 만일 본 사건과 관련하여, 사측의 명예훼손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문제를 제기한 신고인들에게 물어 이들을 징계한다면, 이는 귀사에서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후의 다른 성희롱 사건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더욱 불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이는 귀사 내의 성희롱을 예방·근절하기보다는 억압·은폐하게 하여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징계위원회에 보다 현명하고, 바람직한 결정이 더욱 요구되는 것입니다.

셋째, 이후 귀사의 본 사건에 대한 대응 태도는 귀사에게 보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한편, 귀사의 명예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위와 같은 유감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만일 귀사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귀사 전체 공동체의 문제로서 인지하고, 이의 예방과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직원 모두가 더욱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잇는 직장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더불어 이번 과정에서 비롯된 귀사의 실추된 이미지를, 보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선회함으로써 귀사의 명예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기대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본 여성단체들은 본 사건의 처리 및 문제를 제기한 여직원들에 대한 이후 사측의 태도에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자 함을 말씀드립니다.

다시 한번, 이번 징계위원회에서의 보다 바람직한 결정을 요청한다는 본 여성단체들의 의견을 밝히는 바입니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04년 2월 3일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미경
사단법인 서울여성의전화 회장 황경숙
(직인생략)

 

작성일:2004-02-05 20: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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