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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성명] 독자와 출판노동자를 위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이 필요하다
 2018-04-24 17:11:56   조회: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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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독자와 출판노동자를 위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이 필요하다

 

 

지난 4월 17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으로 추천받은 두 출판사 대표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해 동안 진흥원을 비판하며 출판계 인사가 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해온 출판 사용자단체의 주장을 돌이켜 본다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2012년 “출판문화산업의 진흥·발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사실상 출판 통제를 자행했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후신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 비판받아왔다. 두 차례 임명된 원장은 사실상 출판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였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출판진흥정책은 찾기 어려웠다. 심지어 지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에 반하는 책을 낸 특정 출판사에 지원을 배제하기도 했다. 진흥원 쇄신은 출판계 전반의 절실한 요구였다. 하지만 어떠한 쇄신인가에 대해서는 그 입장이 달랐다. 

지난달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여러 출판단체가 문화체육관광부 앞에 모여 피켓을 들었다. 요구사항 중에 “낙하산 원장 물러가라”와 “세종도서 선정사업을 민간 주도로 되돌려라”는 내용이 있었다. 출판 사용자단체는 “출판에 대한 전문성과 사명감, 통합 역량을 갖춘 인물이 원장이 되어야 한다는 출판인들의 염원과 희망”을 강조하며 민간에서 진흥원장을 추천하겠다고 했다. 지난 1월 15일에 열린 진흥원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의 토론회는 바로 이런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다섯 명의 후보가 공개 토론을 벌여 두 후보를 추천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진흥원장 직을 바라왔던 것으로 알려진 인사였지만, 실상은 아무런 준비도 없었음이 드러났다. 

한 후보는 “진흥원을 바로 세우는 일은 출판에서 민주주의를 전진시키는 시대적 과제며, 출판인의 한 사람으로서 시대적 과제에서 비켜서지 않겠다”고 했고, 다른 후보는 “진흥원장이라는 자리는 개인의 명예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우리나라 출판의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했다. 그렇지만 민간에서 최종 추천된 두 후보는 개인의 명예와 이익을 헤아리며 자신이 소유한 출판사를 내려놓지 못했다. 거창하게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언급할 것도 없이, 직접 이해관계에 있으면서 공직을 맡아 출판진흥정책을 주도하겠다는 태도에 민주시민의 기본 자질조차 의심된다. 작년 꾸려진 진흥원장 추천위원회의 활동은 고사하고, 설립 때부터 요구했던 진흥원 쇄신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도대체 무엇을 위해 떠안겠다는 것인가.

물론 그간 진흥원은 출판 주체들의 신뢰를 받는 출판진흥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독자와 출판노동자가 포함된 출판진흥원의 인적 구조 개편, 공적인 출판유통 개선, 출판진흥기금 설치 등 출판노동자들이 요구해온 중장기적인 진흥정책은 거의 외면당했다. 독서문화 발전을 꾀한다면서도 정작 독자들을 위한 고민은 찾기 어려웠다. 지금까지의 출판산업 내 정책과 사업은 모두 출판사용자를 위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정부는 출판사를 지원했을 뿐 그 지원이 출판노동자에게 돌아가는지, 과연 독자를 위한 것이었는지 여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출판은 노동집약 산업이다. 현장에서 출판노동자가 스스로를 갈아 책을 만든다고 자조하는 현실에서 “출판사가 살아야 출판이 산다”는 말은 무슨 소용인가. 출판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상담센터가 아니라 함께 모여 대책을 강구하는 노사정 테이블이 필요하다. 출판에서 공공성과 다양성이 중요하다면, 그래서 출판산업 진흥의 목적이 지식·문화산업 발전과 독서 인프라 확대에 있다면, 공공대출권이나 판면권 도입과 같이 사용자만을 배 불리는 지원이 아닌 독자와 출판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 

모든 것을 새로 써내려가야 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글자, 두 글자 제대로 새겨야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독자, 출판노동자, 출판사용자 등 모든 출판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이다. 독자와 출판노동자 모두를 위한 진흥원장이 필요하다.

 

2018년 4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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