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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지부] '배우자 출마' 사장은 결단하라
 2018-05-08 17:35:52   조회: 1975   

노조의 성명 <‘배우자 출마’ 사장은 답하라>에 안병길 사장이 지난 4일 사내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다.

요지는 이렇다. “아내 출마는 조직에 부담을 준다. 하지만 아내의 삶과 꿈을 차마 좌절시킬 수 없다. 공정보도 잘 해왔다. 공정보도 시스템 잘 작동된다. 대외 투쟁이나 정치 쟁점화 말라.”

듣고 싶은 말 대신, 하고 싶은 말만 한 격이다.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박 씨의 인생 스토리를 왜 이 시점에 들어야 하나. 사장은 왜 부산일보 공정보도보다 ‘흙수저의 꿈’을 더 추켜세우나. 아내 한 사람의 꿈을 위해 부산일보 구성원 270여 명의 공정보도 의지가 왜 희생되고 의심받아야 하나.

사장 배우자의 선거 출마는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우리는 ‘숙명적 여당지’라는 독자·시민들의 따가운 비판(1988년), 정수재단 박근혜 전 이사장 대선 출마에 따른 편파보도 우려(2011~2012년) 등 정치적 외압과 공정보도 시비로부터 자유롭고 정의로운 저널리즘을 실천하고자 싸워왔다. 그런 투쟁의 생채기가 조금씩 아무는데, 이번엔 발행인 배우자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한다.

사장은 문제의 본질을 알고 있다. ‘아내 출마가 부산일보에 부담을 준다’고 시인하지 않았나. 그런데 해결책은 기껏 “눈을 부릅뜨자”는 것이다. 그런 취지로 오늘(8일) 오전 편집국 간부들을 불러 모았나. ‘내부 감시 코스프레’가 독자나 시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똑바로 말하자. 사장이 “실천해 왔다고 자부한다”는 공정보도는 부산일보 전체 구성원들이 만든 것이다. 온갖 부담에도 공정보도위원들이 편집제작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기자들과 사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모인 것이다.

공정보도 미명 아래 배우자 출마를 희석시키려는 사장의 의도가 개탄스럽다. 듣지 못했나. 사내외 행사 때마다 사장 얼굴이 지면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등장해 신문을 사유화 한다는 지적, 5층 사장실에서 내려오는 ‘하명 취재’에 편집국 조합원들이 난감해한다는 말을···. “사장 된 이후 지면제작에 그 어떤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도 없다.” 사장은 이 사실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책임질 것인가?

“박 씨 공천과정에 잡음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합리적 의심’을 설명해 보라.

성명에도 지적했듯 어느 지방선거 때보다 본보는 ‘여성 공천 확대’를 강조했다. 그런데도 한국당 부산시당 시의원 공천자 42명 중 여성은 2명뿐이다. 왜 이에 대한 평가나 후속 보도는 없나. 또 지난 3일 국제신문에 등장한 한국당 광역의원 공천 결과가 본보에서 빠진 것은 왜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사장 부인은 자기 페이스북에 국제신문 기사를 링크해 놓았다.

블로그에서 박 씨를 홍보하는 방기훈 화백 기사가 본보 2일자(28면)에 난 것, 방 화백 블로그에 사장의 얼굴과 박 씨가 나란히 등장한 것. 이 모든 것이 입장문에 밝힌 “오로지 본인의 힘으로 철저히 혼자 해 낼 것, 회사에 폐가 되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의 일환인 선거운동인가?

 

사장이 입장문에서 지적한 "현실화되지 않은 걱정과 우려"는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당 부산시당 내에서도 박 씨 탓에 여성 의원 보도를 부산일보가 안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 지역 언론계와 경찰 정보라인은 정보메모와 찌라시 등에 ‘부산일보=친(親) 한국당 신문’ 프레임으로 입방아에 올리고있다. 사장이 경고하는 ‘정치 쟁점화’의 배후는 따지고 보면 배우자 아닌가.

 

사장은 입장문에서 “부일노조 창립 멤버로 공정보도위원, 부위원장까지 역임”한 사실을 거론하며 “누구보다도 공정보도가 언론의 생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여기에서 발행·편집 겸 인쇄인의 그나마 남은 양심을 확인한다.

이 양심에 기대어 촉구한다.

사장은 사원들을 설득하지 말고, 배우자에게 사퇴하라고 설득하라. “가족문제로 회사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지켜라.

입장문 끝에 적시한 “냉정한 판단과 행동”을 부산일보 사원들이 아니라 사장과 배우자가 몸소 보여라. “평생 아내의 원망을 들을 것 같았습니다”라며 ‘흙수저의 꿈’ 뒤에 숨지 말고, 사장은 결단하라.

2018년 5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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