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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민노협 성명: 이재학, 그를 살려야 방송이 산다>
 2020-02-07 13:59:07   조회: 155   
 첨부 : 이재학,그를 살려야 방송이 산다.hwp (18432 Byte) 

지역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 

[성명서] 

 

 38살 이.재.학.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 ‘자살 공화국’에서 그리 주목받을 일은 아니겠지만, 지역 민영방송사에서 일하는 우리에겐 억장이 무너지는 비통한 죽음이다. 그는 청주방송(CJB)에서 일했던 우리의 동료였기 때문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우리의 가슴이 더 아픈 건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장 큰 이유가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회사 측의 잔인무도함이어서다. 20대 초 AD로 불리는 조연출로 입사했던 그는 ‘라꾸라꾸’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집에 못 가고 회사 안에 있는 이동식 침대 라꾸라꾸에서 잠을 잔 데서 얻은 별명) 열심히 일 한 덕분에 6년 후 정규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다. 그 뒤로도 일주일에 2~3일씩 밤을 새우며 일을 했다. 그런 그에게 회사가 준 보상은 회당 제작비(바우처) 40만 원, 월급으로 치면 160만 원이었다.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회사 안팎에서 그를 이 PD로 불렀지만 그의 신분은 소위 말하는 ‘프리랜서’였다. 프로그램 제작 외에 행정 일도 했고, 수고비 한 푼 못 받고 일요일에 장로로 취임한 청주방송 최대주주를 촬영하는데 동원되는가 하면, 국장들의 운전기사 역할도 숱하게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입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회당 제작비를 겨우 “10만 원 올려 달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담당 국장이라는 자가 “그럼 프로그램을 관두라”며 소리를 지르더니 결국 그를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켰다고 한다. 2018년 4월이다.

 

 사실상 해고를 당한 이 PD는 회사를 상대로 청주방송의 노동자임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했다. 주위에선 전부 이 PD가 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달 법원에선 방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 과정에서 “이 PD가 회사에서 정규직 PD와 같은 일을 했다”고 서면 진술한 3명의 동료 직원들이 정작 법정에는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고 회사 측 증인으로 나온 간부는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법정에 출석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는 게 유족과 지인들의 주장이다. 이 PD는 유서에도 이 같은 심정을 남겼다. 그는 동료들에 대한 배신감과 회사의 간악함과 법원의 강자 편들기에 삶의 의미와 희망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제작비를 조금 올려달라는 게 회사에서 쫓겨나야 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몰릴 사유가 되는가?

 

 더 큰 문제는 이 PD처럼 ‘프리랜서’로 불리는 비정규 직원들이 청주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방송사 간판을 달고 있는 곳엔 상존하는 것으로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는 폭탄과도 같다. 이 PD 같은 ‘억울한 죽음’이 더 나올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지역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이하 지민노협)는 이번 사태를 불러온 청주방송 경영진을 이 PD를 죽인 ‘살인자’들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 한없는 분노와 증오가 분출하지만,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니 적극 수용하기 바란다.

 먼저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을 안긴 데 대해 석고대죄하고 고인의 명예를 회복시켜라. 이를 위해 노조와 함께 진상조사단을 꾸려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모두 조사해 엄중히 문책하라. 특히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말라고 동료들을 강요하고 회유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더 철저히 조사해서 혐의가 있는 자들을 사법 당국에 고발하라. 명백한 범죄 행위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영진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함께 비정규직 처우 개선책들도 내놔라.

 

 방송사들을 관리 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청주방송뿐 아니라 모든 방송사에 대한 비정규직 실태 조사를 벌여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비정규 직제를 운용하는 방송사를 엄벌하고 비정규직을 당연시하는 방송 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라. 아울러 고용노동부에서도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특별 근로감독을 해 제도를 악용하는 업주들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고용 건전성도 높여라.

 그 어떤 기업보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실현해야 할 방송사가 인건비를 줄이려고 비정규 직원들을 대거 고용해서 착취를 일삼는다면 그건 사회적 지탄을 넘는 범죄 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거리다.

 

 이.재.학.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선 그가 우리 곁에 늘 살아있어야 한다. 외롭게 투쟁하면서 의롭게 외친 그의 소리 “차별 철폐와 노동자 존중”을 우리가 이어받아 더 큰 소리로 세상에 울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방송이 살고 방송인들도 살아갈 수 있다.

 지역 민영방송 노동자들의 권익 대변자로 자처하는 지민노협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비정규직 동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밝힌다. <끝>

 

2020년 2월 7일

지역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

(KNN, KBC, TBC, TJB, CJB, JTV, ubc, JIBS, 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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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7 13: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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