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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성명]출판계를 대표할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
 2020-02-12 16:27:25   조회: 260   
 첨부 : 출판노조 연합 성명.jpg (401512 Byte) 

출판계를 대표할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
 

-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사태와 한국출판인회의의 입장문에 부쳐

출판계의 시대착오적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던 한 작가가 절필을 선언했다. 독자에게 새로운 감수성과 가능성을 선사했던 그의 글을 이제는 볼 수 없다. 작가에게서 글을 빼앗아 간 현실에 우리는 분노했다. 많은 작가와 창작자들이 함께 연대했다. 우리는 그들의 용기에 응원을 보태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출판계의 노동 환경에 깊은 우려를 품는다.

절규에 가까운 작가의 목소리에서, 너무도 익숙한 풍경을 감지했다. ‘경영 악화 때문에 직원이 대거 퇴직해서 원활히 수습하지 못했다’는 문학사상사의 성명은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나 다름없다. 결정권자의 잘못은 숨기고 직원들을 방패로 삼은 꼴이다. '경영 악화'라는 한 단어에 담을 수 없는 직원들의 수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집단 퇴사'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음을 우리는 안다.

그런 결정권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출판인회의'의 입장문에서 또다시 안일한 인식을 본다. 출판계의 부조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대착오적 계약 관행’은 결국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상당수의 출판사가 여전히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창작자에게 요구하며, 심지어 외주노동자를 포함해 회사에 재직하는 노동자에게조차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지식문화산업을 선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노동 환경을 왜곡하는 구시대적 경영 방식이 바로 출판계의 근본적 폐습이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도 누군가가 펜을 꺾고, 수많은 출판노동자가 모종의 이유로 직장과 업계를 떠날 것이다. ‘노동존중사회’라는 말은 한낱 선거용 구호나 홍보용 표어에 그쳤을 뿐, 출판계 어디에서도 실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창작/노동 환경을 억압하는 폐습이 여전한데도, ‘출판계를 대표하는 책임 있는 단체’라는 곳에서는 겨우 한두 줄짜리 설명으로 실태를 모두 파악했다고 섣불리 넘겨짚는다. 사태가 벌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출판계에 문제 될 만한 폐습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전부 아는가. 그들이 말하는 전수조사라는 게, 사용자들의 입을 통해 관성적으로 전달되고 수집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목소리에는 고름처럼 쌓인 출판계의 불합리한 계약 관행과 노동 실태가 제대로 담겼을 리 없다.

여전히 출판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사업장에서 마음을 졸이며 일한다. 말도 안 되는 일정에 쫓기고, 상급자의 폭언과 성희롱에 고통받으며, 급여는 수년간 동결이거나 지지부진한 채, 단지 책과 텍스트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을 착취당한다. 출판노동자는 십수 년을 일했어도 경력을 인정받기는커녕 대부분 아웃소싱의 영역으로 내몰리기 일쑤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정말로 ‘출판계를 대표할 책임 있는 단체’임을 자임한다면, 그렇게 흐리멍덩한 말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계약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출판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제대로 점검하고 보장하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누구도 ‘대결’을 원하지 않았다. 노동자와 창작자를 대등하게, 제대로 대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2020년 2월 10일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언론노조 돌베개분회
언론노조 한겨레출판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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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16: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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