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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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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사망선고’ ABC 부수 공사, 공론화로 개혁하자

등록일
2021-07-12 13:33:14
조회수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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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사망선고’ ABC 부수 공사, 공론화로 개혁하자

 

  그간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받던 ABC협회 부수 공사(인증)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ABC협회도 존폐 기로에 놓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사항 최종 이행 점검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앞서 문체부는 이행 시한인 지난 6월 30일까지 협회가 제도개선 이행 의지가 미진, 결과적으로 권고 조치를 불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문체부는 정부광고 집행 때 활용하던 부수 공사 자료를 대체해 전국 5만 명 대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구독자 조사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 자율심의 결과 등 사회적 책임도 ‘핵심 지표’에 포함됐다. 이 밖에 포털 제휴, 인력 현황, 법령준수 등을 ‘참고지표’로 활용해 복수 지표를 만들겠다고 했다.

 

  현행 부수 공사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문체부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그간 부수 공사는 신문업계 내에서도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공공연히 회자됐다. 갓 인쇄된 신문이 배달되지 않고 파지로 고스란히 공장으로 간다는 소문들도 최근에 보도로 확인됐다. 

  문체부가 ‘부수 공사 사망선고’를 내리기 전에 신문업계가 선제적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를 개선했다면 이번 사태에 이르렀을까? 만시지탄이다. 결국 업계 스스로 자정할 기회를 놓치면서 아예 제도가 ‘소멸’하는 파국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지방신문협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등 신문 경영인 단체도 상황을 방조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체부는 개편안만 내면 끝인가? 그동안 부수 공사가 파행 운영될 동안 어떤 조처를 했는가? 문체부가 여태껏 그런 실정을 몰랐으면 직무를 유기한 것이고, 알았다면 사용자단체들과 밀월관계로 묵인한 건 아닌지 돌이켜 보라. 

 

  그러나 문체부 개편안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핵심 지표인 언론진흥재단의 열독률·구독률 등 구독자 조사 표본을 현재 5천 명에서 5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종이신문 외에 종합편성채널을 가진 신문재벌 언론사가 현재도 인지도와 영향력으로 신문시장을 과점하는데, 구독자 조사에도 이런 기울어진 지형이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가뜩이나 독자 감소에 몰린 지역 주간지·일간지가 불이익을 받을 여지가 크다. 

  언론중재위, 자율심의 결과 등 사회적 책임 영역도 짚어봐야 한다. 정정보도의 경우 언론사가 오히려 언론중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 지표 점수는 하락할 수 있다는 역설은 재고되어야 한다. 만약 언론중재나 자율심의에 대상이 되는 보도가 권력·자본 감시·비판 성격이라면, 언론사 내부에서 이런 보도를 사전에 검열할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 보도 위축 효과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사회적 책임 부분에 현재 언론노조·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4단체가 국회 입법을 요구하는 ‘편집위원회, 편집규약 설치 의무화 여부’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털 제휴 부분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네이버·카카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앞세워 언론사를 포털 플랫폼에 ‘입점’시키며 뉴스 생태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포털 제휴사는 현재 70여 개사로 대다수 지역언론이 배제된 상황이다. 문체부는 이런 생태계 개선책은 내놓지 않으면서 오히려 포털 제휴를 지표로 쓰겠다고 한다. 포털 제휴 지표는 포털의 영향력 강화는 물론 포털 입점 언론사와 미입점 언론사 간, 중앙지와 지역지 간에 차별·형평성 시비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과 반발을 살 것이다.

 

  부수 공사는 여러 흠결과 비판에도 그간 신문 판매·유통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단일 지표로 존재했다. 하지만 종이신문 구독률 하락, 포털·SNS 이용자 급증, 신문을 향한 공적 책무 요청 등 급변하는 미디어산업의 변화상을 외면하면서 광고주도 독자도 정부도 믿을 수 없는 ‘그들만의 부수’로 전락했다. 부수 인증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급하게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섣부른 개편안이 게도 구럭도 다 잃는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지 모른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태를 맞아 문체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언론사 경영진 단체, 언론시민단체, 언론 유관 학회 및 언론노조가 모여 산적한 난제를 논의할 공론장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수 인증 제도에 대한 대안을 포함한 신문산업의 공적인 평가・지원 제도를 새롭게 수립하기 위한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

 

2021년 7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작성일:2021-07-12 13:33:14 1.217.16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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