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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개혁투쟁 선포식 스케치기사

등록일
2003-06-23 16:36:25
조회수
7296
신문개혁은 비를 타고… 언론노동자들의 신문개혁 의지만큼은 장맛비도 어찌하지 못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비를 뿌렸다. 한창 맑았던 초여름 날씨는 23일 전국언론노조의 '2003 6월 신문개혁 총력투쟁 선포식'에 때맞춰 장마전선을 북상시키며 신문개혁 투쟁 준비 일꾼들을 긴장시켰다. 아침부터 어김없이 비는 뿌려졌고, 선포식 시간이 다가올수록 빗줄기는 굵어졌다. 부랴부랴 비옷 준비상태를 다시 한 번 더 점검하고, 미리 준비한 점심 도시락 김밥을 한국언론재단 로비에서 먹을 수 있도록 지부 일꾼들에게 지시하긴 했으나 불안감은 커지기만 했다. 언론노조 한 일꾼은 "비온다고 밥 안먹나? 비가 와도 신문개혁 투쟁은 흔들림없다"라면 애써 태연하게 말했으나, 집회 참가 예상 인원이 반 가까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우려를 감추지는 못했다. 우려했던대로, 야속하게 퍼부은 장맛비는 집회에 참가하려 했던 제민일보의 비행기 날개를 꼭 붙잡았고 이밖에 경남도민일보 등 일부 지역 지부 조합원들의 자동차 앞길도 가로막았다. 하지만, 집회에 참석했던 50여개 지부 600여 조합원들은 아예 장대비가 돼버린 장맛비에도 아랑곳없이 하얀색 비옷을 입고 의연하게 신문개혁 총력투쟁 선포식, 그 장대한 첫 걸음을 함께 했다. 조합원들은 본 행사에 앞서서 진행된 율동패 '몸짓 선언'의 율동에 맞춰 '불나비', '님을 위한 행진곡' 등 노래를 함께 부르며 신문개혁 가는 길이 어렵고 험난하겠지만, 즐겁고 유쾌하게 할 수 있음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한편 경향신문 윤성노 지부위원장은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칠 때마다, 무대 바로 앞에 나와서 집회 참석자들이 들고 있는 'GO 언론개혁'이라는 구호 수건을 접었다 폈다하며 집회의 흥겨운 분위기를 주도해 참석 조합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굵은 비를 피하기 위해 나무밑으로 피하는 참석자들이 하나둘 생기자 갑자기 대오 앞으로 튀어나온 윤 지부위원장은 비옷의 모자까지 벗어젖히고 반쯤 훤해지고있는 머리가 빗줄기에 노출되는 것까지 감수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 '모범 일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민일보 김협철 지부위원장은 "다섯 명 정도 올라오려했는데, 비 때문에 비행기가 뜰 수 없어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27일 및 28일 집회에는 반드시 결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쉬움속에서도 이후 신문개혁 투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 반면 언론노조 관계자는 "없는 언론노조 살림에서 제주 지역 조합원 한 사람이 투쟁에 동참할 때마다 20만원씩 들어간다"면서도 "어쨌든 지역에서 신문개혁 투쟁에 적극 동참하는 의지를 갖는 것은 아주 기쁜 일"이라고 약간의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한편 현재 임·단협을 진행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언론재단지부(지부위원장 이준승)는 이날 신문개혁 투쟁 선포식 참가자들을 위해 생수를 1000통 기증하기도 했다. 명동성당에서 가진 정리집회는 10여분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특히 언론노조 현상윤 수석부위원장이 5분에 걸쳐 조·중·동 등 수구보수언론의 문제점, 신문개혁 투쟁의 정당성에 대해 특유의 격정적 대중연설을 토해낸 데 이어 등장한 한겨레 홍세화 기획위원이 "저도 언론노조원의 한 명으로서 신문개혁 투쟁에 열심히 동참하겠다"는 딱 한 줄의 정리 연설을 해 사람들을 순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곧 홍 기회위원의 의도를 파악한 뒤 모두들 웃음을 지었다. 언론노조 집회 참석자들 모두 '집회는 짧게, 투쟁은 길게'라는 금과옥조의 명제를 다시금 떠올렸다. 이에 앞서 집회를 마칠 때쯤 조금씩 가늘어지던 비는 명동성당까지 행진을 하고, 정리집회를 시작할 때는 완전히 그쳤다. 신학림 위원장이 대회사에서 '오늘 비는 앞으로 신문개혁 투쟁에 닥칠 고난과 시련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신문개혁 총력투쟁 선포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신문개혁 총력투쟁을 예고하자 비가 뚝 그쳤다. 장맛비도 신문개혁 투쟁 기세에 겁을 먹었음에 틀림없다.
작성일:2003-06-23 16: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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