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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조직 성명/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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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일보여! 힘내라

등록일
2003-11-14 19:00:07
조회수
623
도민일보여, 힘내라![정문순 기고]최근 도민일보 사태를 접하고 경남도민일보 사태를 보면서 하루 빨리 경영진이 새로 꾸려져 일이 수습되고 이런 파동이 없게끔 회사 살림도 나아졌으면 하는 것이 많은 지역민들의 바람일 터이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도민일보 기자들에게서 느낀 인상을 적은 독자들의 글이 몇 편 올라와 있다. 가령 한밤중에 외딴 시골의 폐교까지 홀로 취재를 나오거나, 수해 복구 현장에 작업복 차림으로 와서 취재는 밀쳐두고 소매부터 걷어붙이는 기자에게서 사람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기자는 존경…신문은 ‘글쎄’ 나도 도민일보를 생각하면 마음을 건드리는 얼굴들이 떠오른다. 본인들에게는 외람된 말이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취재를 다니거나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쌓여간다면서도 아직 신문사에서 ‘견뎌내는’ 기자들의 존재는 내게 어떤 경이로움을 주기까지 했다. 그 의지는 놀라웠지만 안타까운 생각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언론 개혁이든 언론사 경영이든 사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 보장 없이는 어림없다고 믿는 사람에 속한다. 형편이 나아질 날만을 기약하며 풍찬노숙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감당하게 하는 것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도민일보 사원들이 운동가인 양 생쌀을 먹는 심정으로 지난 4년을 버텼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이 악화되었다면 경영진이 책임을 통감했어야 마땅하다. 실패의 책임을 자인하고 거취를 결정한 데서 그치든지 아니면 경영 테이블에 사원들을 불러들여 머리를 맞대었다면 도민주 신문의 경영진답다는 평가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성 노조’ 때문에, 편향된 기사 때문에 광고 수주가 안 된다는 식의, 토착 기업과 결탁한 여느 지역 언론의 사주와 다름없는 발언이 그들 입에서 서슴없이 나와 버렸다. 경영에 눈멀어 도민일보의 정체를 뒤엎겠다니,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만 생각하다 환자를 죽게 하는 것도 모르는 돌팔이 의사와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도민일보에 전적으로 만족하는 건 아니다. 아니, 나는 도민일보 구성원들은 존경하지만 정작 신문은 성에 차지 않는 편이다. 속내를 밝히자면 이번 사태 때 안타까운 마음이 몰려드는 한켠에서 “진작에 신문 좀 잘 만들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도민일보는 신문 편집도 엉성하고 인터넷 서비스도 빈약하다. 여행이나 음식 기사로 가득 찬 위클리경남도 헐거워 보이고, 언론 본연의 기능과는 무관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대회 개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근의 기사 논조는 더 불만스러웠다. 마산시향 해고자들이 청사 앞에서 기약 없는 천막 농성에 들어갔을 때 그들을 비꼬는 칼럼이 개재되거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귀족 노조’라 매도하는 기사를 접했을 때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중앙과 지방 차별한 건 아닌가 그러나 내가 도민일보를 가까이 하지 않는 이유는 그보다 다른 데 있을지 모른다. 흔히 지역 신문은 볼 게 없다고 한다. 사실 중앙 정치인의 말 한 마디에는 눈과 귀가 붙들려 있으면서도 지역의 현안을 사소하게 넘기는 사람은, 아무리 지역 소식이 풍성해도 기사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도민일보에서 읽을 게 없다고 생각했거나, 지역의 동향은 내 삶과 무관하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다면, 그것이 중앙을 선망하고 지방을 스스로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도민들 가운데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는 한 지역 신문이 영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산시와 시장이 도민일보를 상대로 거리낌 없이 소송을 내는 ‘배짱’이 가능한 것도 그런 배경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결국 지역 언론에 대한 주민의 외면이 언론의 견제를 받아야 할 자치단체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게 하는 데 기여한 셈인데, 그에 동참한 점을 나 스스로 반성한다. 도민일보 구성원들은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신문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자본과 중앙 언론이라는 제국과 싸워온 투사들이 더는 ‘한 발 재겨 디딜 곳’도 없는 곳에 이르지 않도록 지역민의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 마음 가득히 “도민일보, 힘내라”는 응원을 보낸다. 정문순(문학평론가)
작성일:2003-11-14 1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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