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명/논평

제목

[논평]민주주의는 박제화한 법치주의가 아니다 - '헌재 결정 무조건 승복' 논리에 담긴 반민주적 발상을 경계한다!

등록일
2004-04-13 11:46:12
조회수
2007
첨부파일
 헌재결정과민주주의논평.hwp (53420 Byte)
민주주의는 박제화한 법치주의가 아니다!- ‘헌재 결정 무조건 승복’ 논리에 담긴 반민주적 발상을 경계한다!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87년 4월13일 전두환 군사쿠데타 정권은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는 대통령 간선제를 고수하겠다는 이른바 ‘4․13 호헌 선언’을 발표했다. 6월 민주항쟁을 부른 이런 ‘체육관 선거’의 고수 역시 ‘법치주의’로서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그로부터 17년이 흐른 오늘,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법치주의’라는 이름 아래 헌법재판소가 국회가 가결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10일 한국방송(KBS) 심야토론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야 3당이 ‘헌재 결정 승복 합의’를 제안하자,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있을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하자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중동’은 마구잡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정만 수용한다는 기회주의를 버리고 헌재 결정에 무조건 승복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걸핏하면 탄핵 반대 여론조사를 내세우는데 여론보다 소중한 것이 법치임을 명심해야 한다.”(중앙일보 4월13일치 사설 ‘열린우리당은 법치를 부인하나’)“탄핵 심판 청구가 기각되든, 받아들여지든 헌재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그것이 입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고 나라의 혼란을 막는 길이다.”(동아일보 4월12일치 사설 ‘헌재 결정, 어떤 경우든 승복해야’)“다른 당도 아닌 여당이 의석 몇 개 더 건지겠다고 탄핵 문제의 최종적 심판 권한을 갖고 있는 헌재의 결정에 대한 승복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는 것은 시국의 불안 요인을 남기는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조선일보 4월12일치 사설 ‘탄핵 심판 승복 약속 왜 안하나’)“정치권부터 헌재 결정에 승복하느니 마느니 하는 반법치주의 논란으로 헌법을 욕되게 해선 안 된다. 특히 김 대표는 이미 ‘헌법 불복종 오해’를 자초한 만큼 승복의 뜻을 산뜻하게 밝히기 바란다.”(문화일보 4월12일치 사설 ‘김근태 헌재 결정 승복해야’)우리는 국회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과정이 한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기로라고 판단한다. 그런 만큼 즉자적인 감정적 논리를 넘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다. 형해화하고 박제화한 법치주의로 민주주의를 재단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특히 경계해야 한다.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인 허영 명지대 초빙교수(법학)는 지난 4월7일 “국회의 탄핵안은 모든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봐도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한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헌재는 국회의 가결안을 기각하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는 것을 짚어 대통령에게는 경각심을 주고 탄핵안은 기각함으로써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또한,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면 국회보다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지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심판하는 시스템은 잘못된 것”이라며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3명씩 임명하는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헌재는 간접적 정당성은 몰라도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해 총선결과가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헌재는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바로 이 지점이야말로 언론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부분이다. 국회와 대통령의 총선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국회의 탄핵 결정이 비록 ‘의회쿠데타’는 아니라고 해도, 70%가 넘는 국민이 국회의 탄핵 결정이 잘못됐음을 준엄하게 꾸짖었던 게 얼마 전의 일이다. 우리는 헌재의 결정이 다수 국민들의 이런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고 본다. 게다가 국회가 제출한 근거들은 법적으로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게 법학자들의 중론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만약 한나라당을 포함해 탄핵을 주도한 정당들이 원내 다수당이 된다면, 이는 분명히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탄핵의 정당성을 의심하며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다수의 국민들은 ‘거리의 정치’로 나설 것이다. ‘어떤 결정이 나든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라’는 야 3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많은 언론의 요구는 바로 이런 ‘거리의 정치’를 봉쇄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이런 저열한 의도에 반대한다. 이야말로 헌재에게 오도된 정치적 판단을 유도하는 반민주적 효과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배경은 총선을 앞둔 대통령과 야당들의 극한 대립과 총선전략이 빚어낸 합작품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탄핵을 주도한 야당들이 여전히 권력 투쟁 차원에서 탄핵 정국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대립과 충돌의 정치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4․15 총선 이후 16대 국회가 탄핵소추안 철회 동의안을 제출하는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다. 혼란을 부추기는 대립과 충돌의 정치는 이제 국회 차원에서 끝낼 때도 됐기 때문이다. <끝>
작성일:2004-04-13 11:46:12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