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민주당 정치적 의지 가져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언론개혁 4대입법 총력투쟁의 일환으로 지난 3월 16일부터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및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연쇄 면담을 갖고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3일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과 혐오를 넘어 오랜 기간 언론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투쟁해 온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민주당 지도부가 정치적 의지를 갖고 대통령의 공약인 언론개혁 4대 법안 입법에 착수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윤창현 위원장과 전대식 수석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과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과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

ㅤ▲국회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ㅤ

윤창현(이하 윤): 언론개혁 4대 입법 과제는 4년 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하고 언론노조와 정책협약을 맺었던 내용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면담을 통해 의원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상기시키고 있다.

ㅤ▲어떤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했나?

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과방위 의원들을 면담했고, 문체위 의원들과 신문법 개정 및 지역신문발전법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과방위에선 이원욱 의원, 조승래 의원, 정필모 의원,한준호 의원, 이용빈 의원, 홍익표 의원, 변재일 의원과 면담을 완료했다. 문체위에선 도종환 의원, 김승원 의원, 김의겸 의원, 김승수 의원을 만났다. 박정 의원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윤창현 위원장
윤창현 위원장

ㅤ▲언론노조의 4대 입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윤: 언론노조가 요구하는 언론개혁 4대 입법안들을 왜 지금 이 시기에 해야 하는지 설명했을 때 내용과 필요성을 반대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풀어낼 당 차원의 의지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상임위 의원들은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신문편집권 독립, 지역신문 지원 관련한 법안을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은 건 상임위 의원으로서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차원에서 진짜 언론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룰 때 이를 밀고 나갈 힘이 생기고, 이는 당 지도부가 할 일이다. 지도부가 개별 의원의 의지를 꿰어줘야 한다. 최근 과방위에서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여야 TF를 구성했는데 이 또한 여당 지도부의 의지가 없으면 시간 끌기에 머물 수 있다.

ㅤ▲민주당의 정치적 의지가 약하다고 보는 이유는?

윤: 언론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관점이 야당일 때와 달라진 것은 아닌가? 언론개혁의 핵심은 언론 독립성 확보다. 정치권력을 가진 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입법에 나설 때 언론 독립을 제도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땐 민주당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의회를 압도적 지지로 장악한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팬덤을 강화하며 언론에게 또다른 정파성을 요구하는 것을 개혁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언론의 존재 가치는 시민 권리 보장을 위한 권력과 자본 견제에 있다. 여야 모두 정파성을 넘어설 때 비로소 언론개혁이 가능하다. 정치적 위치에 따라 그 때 그 때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달라지면 그건 개혁이 아닌 정치적 수사다. 언론도 비판을 수용하고 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테니 정치권도 제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 면담의 목적이다. 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이하 전):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언론 장악이 문제였다면 문재인 정부는 언론관 부재가 문제다. 4년간 언론정책이 행방불명된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문재인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만 열을 올릴 뿐 언론노조와 시민사회가 십수 년째 요구하는 4대입법안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ㅤ▲민주당 초선의원 5명(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과도 만났다.  ㅤ

전: 개인적으로 민주당 내에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공유되고 있다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재보궐 선거 때 민주당에 불리한 기사만 보도되고 유리한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대 여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은 감내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지적해야지 피해라고만 하면 어떡하냐고 물었다. ㅤ

윤: 스스로를 당당한 집권세력으로 못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어떤 의원의 진단도 있었다. 힘센 기득권 언론이 약한 소수인 민주당을 공격한다는 판단이라면 중대한 인식 오류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언론에 대한 폭력적 대응은 문제적 수준이다. 여성 언론인들에게 일상적으로 범죄 수준의 온·오프라인 상 공격을 가하고 있는데 당이 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자유를 위해 직을 걸고 싸워왔던 선량한 언론인들마저 당 안팎의 이러한 과도한 리액션(?) 때문에 민주당이 말하는 언론 개혁 프레임이 과거 이명박-박근혜정권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실망하며 언론 길들이기로 받아들인다. 진정한 언론개력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건강한 목소리와 언론계 내부의 건강한 목소리가 만나야 한다.

ㅤ▲면담의 의미가 있다면?

윤: 민주당 내에 공감대와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뜻 있는 의원들이 목소리를 보태주면 향후 실질 입법까지 전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대한 왜곡된 피해의식과 혐오에 기초한 대책은 반드시 반발과 부작용을 부르고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냉철한 현실 진단에 기초해 누가 권력을 잡든 흔들리지 않을 독립성을 확보할 때 언론개혁을 영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의원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해주면 반드시 풀리리라 생각한다.

ㅤ▲의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 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경청을 내세우고 유능한 개혁을 말했다. 유능한 개혁은 지지자만 만족하게 하는 개혁을 넘어서 사회가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진전하는 개혁이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이 같은 유능한 개혁 가능해진다고 본다. 우리 말을 경청하는지, 유능한 언론개혁을 하는지 지켜보겠다.  ㅤ

전: 개혁은 적합성과 타이밍이 중요한데 송영길 당대표가 발표한 5가지 핵심 과제에도 언론개혁은 빠져있었다. ‘유능한 개혁’이란 말로 인기영합적 이슈만 다루려는 의도를 숨긴 건 아닌지 우려된다. 언론의 존재 이유를 지키는 싸움인 만큼 당당하게 싸워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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