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일일모니터’ 불공정 보도와 전면전…연합 ‘정치부장 불신임’ 투표

이틀 후면 대선이다. 불공정․편파․왜곡․조작이 판을 쳐 온 대선 보도도 곧 끝이 난다. 그러나 이를 감시하고 지적하고 알려 온 언론인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대선 결과가 어떻든 무너져 있는 공정 보도를 되살리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코앞인 이 시점에 보도 감시의 강도가 가장 높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미래를 위해 지금의 불공정 보도를 낱낱이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 마지막 10호가 나왔다 (PDF다운로드)

 


MBC, 여론조사 안 한 이유?

14일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MBC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앞두고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13일 타사 결과를 정리, 전달만 한 데 대해 “구성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 했다”고 전했다.

민실위의 지적에 MBC 황용구 보도국장은 “기관별 편차가 커서 종합 정리가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 수천만 원의 비용 지출도 비합리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민실위는 “궁색한 해명”이라며 “혹시 문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고의적으로 여론조사를 하지 않은 것인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기자들, “국정원 TV인가”

12일과 13일 방송된 MBC의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관련 리포트는 ‘모든 기자 모니터’에서 “국정원 TV인가”라는 등의 숱한 비판을 받았다.

12일 보도는 민주당 의혹은 10초 정도에 대충 설명하고, 선관위가 “의혹을 단정할 만한 증거를 확보 못 했다”고 한 것을 “제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전달했다.

13일 뉴스도 <명예․인권 침해 PC 임의 제출>라는 제목부터 내용까지 새누리당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 모니터 담당 기자는 “마치 ‘죄 없는 한 여자를 민주당이라는 거대 조직이 핍박한 파렴치한 사건’처럼 다뤘는데 이는 사건 용의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보도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의도적 불교․무속인 강조?

 

이밖에도 MBC가 12일 문 후보 지지선언 부분에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 등의 지지는 누락하고 무속인 508명 지지 선언만 담은 점, 문 후보 부인 김정숙씨가 이틀째 불교계 원로를 찾았고 민주당이 전통사찰 예산지원 확대를 약속했다고 강조한 것 등도 다른 종교인에 부정적 인상을 주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을 받았다.

11일 박 후보 동정을 소개하며 여성 앵커가 “새누리당은 문재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전면 중단했습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민실위는 “기자회견을 그렇게 했을 뿐 유세장, 각종 방송, 홈페이지 등을 통해 네거티브 공세를 계속했는데 단정적으로 이렇게 전한 것은 편파”라고 비판했다.

 

같은 현장을 담은 MBC '뉴스데스크‘ 화면은 문 후보 얼굴이 팔에 가리거나(왼쪽 위) 조명과 그래픽, 카메라 기자들에 군중이 가려졌다. 지지 유세를 한 안철수 전 후보는 한 컷으로만 스쳐 담은 뒤 유세 전 트위터에 올린 글(오른쪽 아래)은 비중 있게 전했다.

 


‘단독’이 15번째? “납득 안 가”

‘일일모니터’ 결과를 매일 발표하는 KBS 본부는 13일 ‘뉴스9’가 단독 보도한 <새누리당 불법 선거운동 적발>에 대해 “오랜만에 공영방송의 소임을 다한 보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보도가 방송 시작 20여분이 지나 15번째로 방송된 점은 “납득이 안 가는 편집”이라고 평했다.

매일 이어지는 ‘대선공약 검증 리포트’도 수박 겉핥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13일에는 전체 3분10초 중 1분40초를 범죄 통계 리포트에 할애했으며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화학적 거세’만을 놓고 양 후보 찬반 입장을 자막으로 내보냈다. 일일모니터는 “도무지 유권자 입장에서 정책을 비교 가늠하기 어려운 보도”라고 지적했다.

‘박’ 동정 5건, ‘문’은 3건

12일 <지지도 ‘초접전’ 양상…투표율이 관건> 리포트는 박․문 두 후보에 대한 보도의 질과 양에서 편파성이 확연히 드러났다. 박 후보 동정은 울산‧포항 지역 공약 제시 등을 포함해 5가지가 구체적으로 전달됐다. 반면 문 후보 쪽 동정은 안 전 후보 행보를 포함해 3가지만 나갔다. 청주‧공주‧보령에서 밝힌 지역 공약은 전혀 전달되지 않았으며 안 후보 관련도 “강원 지역을 돌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는 게 다였다.

KBS 본부는 “지속적인 모니터에도 불구하고 ‘친 박근혜’ 편파성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화섭 보도본부장과 길환영 사장이 사실상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줄을 선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치부장 불신임 투표

‘사내일일모니터’를 하고 있는 SBS 본부에도 “북한 로켓발사가 중요하다지만 12일 뉴스에서 12분50초 이후에야 대선 보도가 나간 것은 문제다”, “국정원 선거 개입 리포트는 기사를 다시 읽어봐도 의혹이 해소됐는지 알 수가 없다” 등 지적이 답지했다.

연합뉴스 지부는 사상 최초로 정치부장 불신임 투표에 나섰다. 12월 14일 편집국 기자직 조합원 172명 중 126명(73%)가 불신임 발의에 찬성, 17~18일 투표가 진행된다.

이명조 부장 하의 정치부가 ‘박비어천가’를 해왔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 이어 12월 7일 미국 주간지 ‘타임’ 표지 ‘The strongman's daughter’ 관련 기사에서 ‘strongman’을 새누리당 홍보자료 대로 ‘실력자’라고 해석한 일이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연합뉴스 지부는 “불신임이 통과될 경우 사측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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