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모니터에 비판 실망감 쏟아져…KBS 기자협회는 제작거부 결의

10일, 대선공정보도실천보고서 9호가 나왔다. (PDF 다운로드)

대통령 선거 양상이 치열해지는 이상으로 부글부글 끓는 곳이 있다. KBS와 MBC 내부다. 최소한의 중립성마저 포기한 채 여당 ‘선수’로 나선 보도 태도에 대해 “참담하다”, “할 말이 없다”는 반응들이다. 갈수록 날선 지적이 쏟아지는 내부 일일 모니터에는 ‘공영방송’의 자부심을 되찾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 담겨 있다.

‘검증단’ 파문에 제작거부 결의

“한쪽 후보에게만 불리하게 제작됐다. 영상 구성, 자막, 음악까지 편파적이다.” 이는 최근 방송에 만연한 여권 편파성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다.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12월 4일 보도한 <대선특별기획 1부 대선 후보를 말하다>가 ‘야권 편향적’이라는 KBS 이사들의 주장이다.

이를 길환영 사장이 ‘편파성 시비 소지가 있었다’,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인정하고, 김진석 단장이 사임하면서 KBS 대선방송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에 KBS 기자협회가 제작 거부를 결의하고, 내부 직능단체 13개가 공동 성명을 내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야권 편향”? 여권 편향 반증

검증단 소속 기자들은 “공정함을 위해 여느 여론조사보다 많은 3000명의 표본 집단에 설문조사를 실시, 유권자들이 검증하고자 하는 문제를 파악한 뒤 제작”했으며 “심의실 의견도 충분히 반영했다”면서 편향성 주장을 반박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은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역사 인식 등 문제 못지않게 문재인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조사 개입 의혹, 대북송금 등에 대한 말 바꾸기 비판 등도 상세히 다뤘다. 양적 균형도 철저히 맞췄다.

그럼에도 “박 후보만 심하게 검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최근 방송 보도의 여권 편향성이 일상화돼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소한 균형도 상실한 편파”

KBS 내부 일일모니터 결과에도 편향 보도의 실태가 드러나 있다. 12월 5일자 ‘뉴스9’는 각 후보 동정을 균등하게 보도한 것 같지만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크다. <박근혜, 호남서 유세 재개…박세일 지원사격> 꼭지는 지지 선언을 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에 대해 “지난 총선 때 중도를 표방하며, 국민생각을 만들었던”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안철수 전 후보의 외곽조직을 자임하는 단체들의 지지 선언도 잇따랐”다고 전한 데 이어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 선언 예고까지 한다.

반면 문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문 후보의 선거지원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계 등 범야권 세력을 하나로 묶은 이른바 국민연대를 내일 발족합니다”가 전부다. 이날 있었던 영화감독 40인의 지지 선언, 안 전 후보를 지지해 온 ‘한국비전2050포럼’ 등의 지지 표명은 소개하지 않았다. 모니터 보고서는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조차 상실한 편파 보도”라고 규정했다.

 



“폭설에 파묻힌 MBC 대선보도”

MBC ‘모든 기자 모니터’ 결과를 봐도 한탄과 분노가 생생하다. 12월 6일 ‘뉴스데스크’는 대선 소식에 앞서 전날 내린 눈과 한파 소식을 7꼭지나 다뤘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폭설에 파묻힌 MBC 대선보도”라고 평했으며 다른 기자는 “추운 날 발 동동거리며 스케치 한다며 뛰어다닌 후배들 얼굴에 구정물을 쏟아 부은 셈”이라고 일갈했다.

이날은 특히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다시 만나 단일화를 재확인한 날이었고 KBS와 SBS는 모두 이를 톱뉴스로 다뤘다. 안 전 후보가 다음날 부산 유세에 나선다는 소식도 MBC만 누락했다.

야당 끝 화면은 ‘컴컴하게’

이어지는 ‘의원 정수 축소’ 보도는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맨 처음 꺼낸 것처럼 보도했다. 안 전 후보가 처음 제안해 정치권의 의제가 됐다는 점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또 기자들은 최근 유세 동정 보도의 마지막 화면이 여당 쪽은 현장 또는 박 후보 클로즈업, 야당 쪽은 컴컴한 국회를 배경으로 한 기자의 스탠드업(마이크를 든 모습)인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하면 현장 화면 분량이 10초 이상 차이가 난다.

 

▲ MBC '뉴스데스크' 12월 5일자 여야 대선 후보 동정 보도 마지막 화면. 박 후보 쪽은 유세 중인 후보 클로즈업(아래)으로, 문 후보 쪽은 컴컴한 배경의 기자 스탠드업으로 처리, 박 후보 쪽 현장이 10초 가량 더 전달됐다.


제목이 “호남 눈물 닦는 대통령”?

12월 5일자 기사 제목에 해당하는 앵커 소개 자막도 편파적이었다. 박 후보 동정 기사는 <호남 눈물 닦는 대통령>이라는 감정적 문구를, 문 후보 동정 기사는 <대학 표심 공략, 엇갈리는 文-安>이라는 중립적 문구를 넣은 것이다.

박 후보 꼭지의 “특히 노무현 정부는 호남에서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집권하자마자 호남의 뿌리였던 정통 야당을 없애버리고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라는 부분은 “지역 감정 조장을 피하라는 ‘선거보도준칙’을 정면으로 어겼다” 는 비판을 받았다.

“악의적 해석”, “악랄한 보도”

문 후보 동정 꼭지에 앵커가 “안철수 후보의 문 후보 지지방식 발표는 애당초 합의된 바가 없던 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설명을 한 데 대해서는 “악의적인 해석”, “악랄한 보도”라는 비난이 가해졌다.

문 후보가 “네거티브를 지양하자”고 말한 것도 지상파 3사 중 MBC만 누락했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네거티브의 전당 MBC"라는 총평을 남겼다.

12월 4일 TV 토론회 직후에 나간 뉴스에 대해서는 “박근혜 구하러 토론장으로 나갈판” “박근혜 일병 구하기”라는 자조 섞인 평이 줄을 이었다.

SBS도 “화면 편집 편파” 지적

역시 ‘사내 일일 모니터’를 실시 중인 SBS에도 “여당 후보가 더 좋은 화면으로 취재, 편집되는 현상이 있다”, “네거티브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등 비판이 접수되고 있다. 특히 정책검증 시리즈를 내보내면서도 지방 뉴스로 전환되는 8시 30분 이후에 내보내 지방 시청자들이 볼 수 없도록 하는 데 대해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공보위는 ‘대선 보도 검증 회의’를 통해 “투표 독려 시리즈를 기획하자”면서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으나 사측이 “정략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거부한 상태다.

“조직된 미디어 감시가 희망”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가 12월 6일 개최한 <국민 외면하는 대선보도,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는 방송과 신문 편향성에 대한 그간의 모니터를 중간 결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미디어오늘 윤성한 편집국장은 “인터넷 포털을 통해 유통되는 기사 대부분이 보수 언론 것이라는 점에도 불공정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미디어 감시를 해 나가야만 공영 방송 회복, 공정 보도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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